“할 일 태산, 정치보다 ‘일’에 집중”… 여의도 거리 두는 용산

입력 2024-11-26 15:02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대통령실이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고 정책 현안에 몰두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형사 판결이 속속 선고되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얽힌 ‘당원게시판 논란’이 커지는 국면이지만 대통령실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지금은 정치보다 일을 할 때”라며 미국 신(新) 행정부 출범에 대비한 산업 경쟁력 점검, 범정부적 양극화 타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6일 “정쟁에 휘말리기보다는 던져진 어젠다들에 집중할 때”라며 “국회의 일들에 비중을 더 둘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가 ‘1승 1패’라 생각할 테니 정국은 치열해질 것”이라면서도 “개혁 작업 등 할 일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서울중앙지법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지난 15일에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판단한 지난 25일에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난 사실이 알려지며 여당 내 갈등으로 비화한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안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실이 개입할 일이 아닌 당무에 해당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책적 사안도 아니며, 필요할 경우 당이 알아서 조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여당 내 계파갈등이나 야당의 공세 모두와 거리를 둔 채 대내외 변화에 따른 외교·경제 분야 정책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국내 산업들의 경쟁력 현황을 점검하며 미국 신 행정부 출범 이후를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뒤 급변할 무역환경이 주요 산업들에 각각 어떠한 위기·기회 요인이 되는지 분석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또 각국과의 원자재 공급망 협력 등 윤 대통령의 남미 순방 결과와 관련해서도 후속조치를 진행 중이다.

‘중산층 살리기’를 골자로 한 민생 대책도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후반기 양극화 타개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 특히 경제·사회 구조개혁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들이 범정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맞아 양극화 해소를 통한 중산층 지원이라는 국정 기조를 제시했다. 새해에 직접 국정 브리핑이나 ‘연두교서’ 형식으로 구체적 대책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양극화 타개책의 첫 신호탄은 다음 달 초 발표를 목표로 준비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이 될 전망이다. 이번 지원책에는 금융 지원이나 상생 협력 이외에도 지역상권의 어려움 회복을 위한 방안들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경제의 ‘허리’라 부르고,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켜 수도권과 지역의 균형 발전을 모색해 왔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