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웃기는 개그맨이라고 해서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죠. 수십 년간 대중 앞에 서면서 마음에 담은 많은 얘기를 한 줄 시로 만들어봤는데, 그저 ‘피식’ 웃으며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인천의 대표 익살꾼이자 심장병 어린이 돕기 등 나눔 전도사로 활동하는 개그맨 장용이 자신의 시집 ‘나도 썼어 너도 써봐(펴낸곳 마음시회)’를 들고 독자들과 마주했다.
장용은 지난 25일 시집 출간을 기념해 인천세종병원 비전홀에서 가진 북콘서트를 통해 “시간 날 때마다 기록해 뒀던 짧은 글귀를 엮었더니 시집이 되더라”며 “‘누군가는 공감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고 시집 출간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인생 한 줄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대단치 않은 B급 시집”이라며 “책은 읽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집 ‘나도 썼어 너도 써봐’는 41년간 대중 앞에 섰던 장용의 인생 전반을 망라한다. 언제나 행복하고 화려하게만 보인 개그맨·방송인의 이면에 짓눌렸던 감정, 세상에 내뱉고 싶었던 말, 가슴에 숨겨뒀던 얘기를 솔직하게 손글씨로 담아냈다.
‘B급 시집’이라는 장용의 설명과는 다르게 ▲‘나는 그렇게는 안 산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산다 ▲밝은 세상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말 타고 놀자. 말에 밟혔다. 말 같지도 않은 말에 ▲책을 읽다가...나이가 억울하네, 이제 알다니 ▲신부님의 설교와는 다르다. 아내의 설교에는 대답을 해야 한다 ▲돼지머리는 누가 그렇게 웃겼을까? ▲서툴지? 맞네 사랑 등 시집에 담긴 시는 구절마다 정곡을 찌른다.
특히 장용은 어머니에 대한 가슴 뭉클한 사연은 물론 세대를 뛰어넘어 머리를 ‘탁’ 치게 만드는 공감,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다양한 풍자·해학을 짤막한 몇 줄 시에 녹여냈다. 시에 대한 팬들의 한 줄 평도 시집 한켠을 차지하며 의미를 더했다.
전국 22명의 캘리그라피 작가들도 힘을 보탰다. 시마다 담은 의미를 캘리그라피로 표현하며 조화를 이뤘다. 관련 전시회는 다음 달 1일까지 인천세종병원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인천세종병원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심장병 어린이 돕기 등 나눔에 앞장서는 그의 따뜻한 마음을 이번 전시회에서 추가로 엿볼 수 있다.
장용은 시집 인세 전액을 심장병 어린이 치료를 위한 의료나눔기금으로 기탁할 예정이다. 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이사장은 서평에서 “그의 시들은 모두 짧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이해는 깊고도 넓어 뇌리에 오래도록 남았다”며 “일상을 살면서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장용의 시는 재미있고, 슬프고, 그립고, 아프다”고 강조했다.
장용은 “내 인생에 시집을 낼 줄 몰랐다. 그동안 출판기념회 사회만 봤지, 주인공은 처음”이라며 “시를 읽는 누군가에게 웃음, 용기, 희망,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