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 존폐 여부가 내년 행사를 목전에 두고도 결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제주시가 폐지를 공식화했는데, 이에 반발하는 주민청구 조례안이 발의돼 도의회를 통과했다. 그러자 제주도가 재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 제주시는 내년도 본예산안에 ‘2025 제주들불축제 행사 운영비’'로 8억4200만원을 편성해 도의회 심의를 받고 있다.
26일 제안서 평가를 통해 대행사가 결정됨에 따라 내달 초 계약을 체결하고, 늦어도 내년 1월 초순까지 프로그램을 결정해 추진하게 된다. 내년 들불축제는 절기상 경칩이 든 3월 중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축제를 세 달여 앞둔 현재까지 축제 메인 행사인 오름 불놓기 진행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제주시가 세부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시는 일단 지난해 6월 수립한 ‘2025년도 들불축제 기본계획’을 토대로, 오름에 직접 불을 놓는 방식 대신 빛과 조명으로 불을 형상화하기로 방침을 잡았다.
제주시 관계자는 “불놓기 대신 드론을 활용한 행사도 고민했지만 해당 지역에 바람이 세고 돌풍이 잦아 안전사고 문제가 우려된다”며 “오름 불놓기와 관련한 조례 문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 행사는 기 수립한 기본계획을 토대로 대행사 측과 프로그램 방향을 논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들불축제’는 봄이 오기 전 해충을 없애기 위해 들판에 불을 놨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를 재현한 축제다.
1997년부터 총 24회 개최되면서 2019년에는 문광부 ‘최우수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는 등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 축제로 성장했다.
그러나 매년 건조한 봄철에 개최되면서 타 지역 산불 발생 여부에 따라 축제가 축소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2022년 동해안 산불에 이어 지난해엔 경남 합천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축제 개최 당일 오름 불놓기가 전격 취소되기도 했다. 여기에 환경 훼손 등 부정적 여론이 더해지면서 오름 불놓기 존폐 논란이 본격화됐다.
제주시는 숙의형 원탁회의를 거쳐 지난해 10월 오름 불놓기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러자 폐지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오름불놓기 행사를 복원하는 내용의 주민청구 조례안을 발의했다. 해당 조례안은 지난달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 13일 도의회에 재의요구서를 제출했다.
제주도는 해당 조례안이 ‘산림 또는 산림인접지역에서 불을 피울 수 없다’고 규정한 산림보호법에 상충된다고 판단했다.
산림보호법에서는 ‘산림’의 개념의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관련 법령인 산림자원법상 ‘산림’의 개념에서 제외되는 ‘초지’의 범위에 ‘임야’와 ‘목장용지’(불놓기 구역의 공부상 지목)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오름 불놓기를 위법한 행위로 본 것이다.
제주도가 재의 요구를 함에 따라 도의회는 재의요구서 도착일부터 10일 이내에 재의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
재의결 법정 기한은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본회의를 기준으로 내년 4월 중이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표결 일정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