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도 없고 조사 결과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 시장은 26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 기자설명회에서 명씨와 관련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오 시장은 명씨와 만남에 대해 “2021년 1월 중하순 정도 김영선 전 의원 소개로 저를 찾아왔다. 그때 두 번 만난 것이 기억난다”며 “두 번째 만나고서 당시 캠프를 지휘하던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에게 ‘선거를 돕겠다고 하니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해보라’며 넘겨준 것이 저로선 마지막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명씨와 강 전 부시장의 두 번째 만남에서는 여론조사 방법 등을 두고 격한 언쟁을 벌였다고도 했다.
그는 “강 전 부시장이 처음에도 의견이 안 맞아서 헤어졌다고 하고 두 번째는 여론조사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여론조사와 비춰볼 때 어긋나기 때문에 논쟁, 거의 욕설에 가까운 갈등, 한마디로 싸움이 일어났다”며 “그래서 헤어질 때는 다신 볼 수 없는 상태로 헤어졌다는 것을 보고만 받았다. 저는 그 이후로 한 번도 명태균을 신경 쓴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탓에 명씨가 자신과 캠프에 불만을 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오 시장은 “특히 초기에 명태균이 ‘오세훈이 머리가 나빠서 말을 안 들었다’는 말도 했다”며 “악의적인 험담을 굉장히 반복적으로 했다. 그 이후 각종 악담을 창원과 중앙에서 하고 다닌 게 다 확인된다. 그런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부탁했다고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오 시장은 명태균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김씨와의 관계도 털어놨다.
그는 “무상급식 때 인연이 됐다고 하지만 그 전부터 저를 후원한 것으로 아는데 사실 그전에는 그분의 존재감이 저에게는 없었다”며 “무상급식 때 이런 ‘표퓰리즘’은 당치 않다는 플래카드가 서울시에 여기저기 붙었고 수소문 끝에 찾아낸 게 김씨였다”고 했다.
이어 “금액으로 따지면 수백, 수천만원짜리 가치가 있는 플래카드라서 제가 감동을 했다”며 “시민 중에 깨어있는 분이 계시구나 해서 제가 전화했던 게 기억난다. 이렇게 전화해서 인연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씨가 명태균에 3300만원을 전달한 것에 대해서도 오 시장은 잘못된 일이라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그렇게 하면 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한 것이라 짐작하지만 미숙한 생각”이라며 “김씨가 우리 캠프를 드나들며 명씨가 대판 싸우는 것도 캠프에서 봤다면 그런 관계를 이어가면 안 된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명태균 의혹이 불거진 뒤 김씨와 연락을 끊었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법적 조치를 하고 싶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추측성 음해, 왜곡, 과장 보도도 늘어나고 있다”며 “재료를 제공하는 명태균씨 변호인, 강혜경씨 등 전부 일괄 고소하고 싶지만 아마도 보름 내지 한 달이면 백일하에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