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대표 석호(潟湖)이자 철새 도래지인 강원도 강릉 경포호에 대형 분수 설치가 추진되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강릉시는 경포호의 수질 개선을 위한 사업으로 250억원을 들여 길이 400m, 최고 높이 150m 규모의 인공분수(수중 폭기시설) 설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물 순환 시설, 수중에 산소를 공급하는 시설도 설치해 석호 기능을 복원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 7월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자연유산 위원회 현상변경 심의를 거쳐 조건부 허가를 받았고, 강원도 도립공원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경포호는 바다와 이어지는 넓이 125만6204㎡의 자연호수다. 겨울 철새도래지이자 자연보호 지구, 강원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해마다 적조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하지만 분수가 설치되면 “오염이 더 악화할 것”이란 주장과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경포호수 인공분수 설치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은 26일 “경포호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강릉지역의 소중한 자연유산으로 석호에 인공 구조물이 한번 설치되면 자연호로서의 가치가 상실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인공분수를 설치하고자 하는 장소는 경포호를 찾는 겨울 철새들의 주요 먹이터”라며 “인공분수에서 나오는 물이 호수 내 추가적인 흐름을 발생시키면, 퇴적물의 분산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릉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경포호 수질 개선과 지역경제를 위해 분수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는 “경포호 분수 설치사업은 환경개선의 일환으로 물 순환 시설과 분수를 포함한 적정규모의 산소를 공급하는 시설을 설치해 석호의 순기능을 복원하려는 것”이라며 “물 순환과 수질 개선은 물론 새로운 관광 인프라 구축으로 강릉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줄 수 있도록 강릉시는 분수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밝혔다.
시는 이 사업을 통해 수질이 개선돼 경포호에서 사라지거나 개체 수가 줄어든 어종과 식물, 조류가 다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전날 당초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경포호 민물 수생식물은 자취를 감췄고 해조류가 자라고 있다. 수질 등급은 4~5등급으로 최악인 6등급 바로 직전”이라며 “모두의 힘을 함께 모아서 예전 경포호의 모습으로 반드시 복원해 내야 한다”고 사업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