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펜타닐 등 중국산 마약을 언급하며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기존의) 관세에 더해 10%의 추가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서도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다. 트럼프가 당선 이후 관세 정책을 상세하게 밝힌 것은 처음이다.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는 미국의 3대 무역 파트너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되면 경제적 파장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연이어 올린 글에서 “나는 중국과 엄청난 양의 마약, 특히 펜타닐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중국 대표들은 마약 밀매가 적발되면 최고형인 사형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마약은 주로 멕시코를 통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우리나라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위가 중단될 때까지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의 모든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선 당시 중국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펜타닐은 일명 ‘좀비 마약’으로 불린다. 원재료가 중국에서 대부분 생산돼며 멕시코에서 제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7만5000명이 펜타닐 중독으로 사망할 정도로 사회 문제가 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펜타닐 문제 대응을 위해 부심해왔다. 지난해 5월에는 펜타닐 제조에 관여한 중국과 멕시코 소재 단체와 개인을 제재 대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또 별도의 게시물에서 “수천 명의 사람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범죄와 마약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1월 20일,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필요한 모든 서류에 서명하고, 터무니없는 개방형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관세는 마약, 특히 펜타닐과 모든 불법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을 멈출 때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멕시코와 캐나다는 오랫동안 끓어오르는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와 힘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이 힘을 사용할 것을 요구하며, 그렇게 할 때까지 그들은 매우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는 2020년에 발효된 협정(USMCA)에 따라 3개국 간 이동하는 상품은 무관세를 유지해왔다. USMCA는 트럼프가 1기 재임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미국의 무역 적자를 키운다는 이유로 재협상을 벌여 2020년 발효한 협정이다. 2026년에 USMCA 이행 사항을 점검하기로 돼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취임 첫 날 관세를 부과하면 자신이 재임 시절 만든 협정을 파기하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1기 재임 시절인 2019년에도 멕시코에 대해 불법 이민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모든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조치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관세 정책을 총괄하는 재무장관에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를 지난 22일 지명했다. 베센트 지명자는 그동안 관세 정책에 대해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날 발표로 공격적 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수입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 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관세 부가 대상 국가가 보복 조치에 나서면 무역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수입 제품 가격에 25%가 추가되면 많은 제품이 너무 비싸질 수 있고, 잠재적으로는 북미 대륙의 무역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