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인간 프린터’ 하프, 백악관의 새 문고리 권력

입력 2024-11-26 09:02
2020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내털리 하프. 유튜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인간 프린터’로 불리는 33세 여성 내털리 하프가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를 향해 “당신은 내게 중요한 전부”라는 편지를 쓸 정도의 충성파인 하프가 직급을 뛰어넘는 백악관의 문고리 권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트럼프는 항상 보좌진에 충성을 요구해왔지만, 하프만큼 그 요구에 부응한 사람은 드물다”며 “전직 극우 케이블 방송 진행자인 하프는 거의 언제나 트럼프의 곁에 있다”고 보도했다. 하프는 백악관에 입성할 예정이다.

하프는 트럼프의 측근 외에는 대외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사지만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손발처럼 지원하면서 신임을 얻었다. 대선 캠프에서도 공식 직함은 없었지만, 휴대용 프린터와 충전용 배터리 팩을 들고 다니면서 트럼프가 원하는 정보를 출력해 전달하면서 ‘인간 프린터’라는 별명이 붙었다. 트럼프의 말을 그대로 받아쳐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는 역할도 한다.

하프는 트럼프가 스코틀랜드에서 골프를 치고 있을 때 카트 뒤로 달려가 트럼프에 대한 긍정적인 게시물을 전달할 정도의 검증된 충성파다. 트럼프에게 “당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당신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는 등의 편지를 여러 차례 쓰기도 했다.

하프가 트럼프와 인연을 맺은 건 2019년이다. 그는 폭스뉴스에 나와 자신이 뼈암에 걸렸으나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서명한 임상시험을 폭넓게 허용한 법안 덕분에 치료를 받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2020년 공화당 전당대회에 하프를 연설자로 초청했다. 하파는 극우 성향 방송인 ‘원 아메리카 뉴스 네트워크’ 진행자를 그만두고 2022년 트럼프 보좌진으로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면서 트럼프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트럼프 일부 측근 사이에서는 하프가 트럼프에게 보고되는 각종 정보를 통제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음모론도 전달한다는 우려도 퍼지고 있다. 하프가 주로 이용하는 뉴스 출처로는 음모론 유포 사이트인 ‘게이트웨이 펀디트’가 꼽힌다. 하프는 또 고위급 보좌관들을 우회해 트럼프가 듣고 싶어하는 말만 전달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는 하프를 ‘스위티(sweetie)’라고 부르며 딸처럼 여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브 청 대변인은 하프의 직업윤리와 헌신을 언급하며 “하프가 신뢰받고 있으며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NYT는 “하프는 현대사에서 어떤 참모와도 비교할 수 없는 역할을 백악관에서 하게 될 것”이라며 “신임 비서관 윌 샤프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고 나오는 서류를 관리하겠지만, 하프가 있는 한 대통령 책상에는 완전히 별도의 정보 흐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측근들은 알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