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교수들의 시국선언, 정권퇴진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러한 움직임이 학생들에게로 번지는 모양새다. 고려대학교에서는 일부 학생이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교내에 게재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실명 대자보가 붙었다. 식품자원경제학과 22학번 임장표씨는 “윤 정부의 민생 파괴, 평화 파괴, 생명과 안전 파괴, 그리고 민주주의 파괴를 더는 두고 보기 어려웠다”며 “지금 목소리 내지 않고 침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대한민국을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망가뜨릴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적 안정을 약속하며 출발했지만, 국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민생 파탄뿐이었다. 윤석열정부 아래 비정규직 비율은 40.5%로 증가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청년층 비정규직 비율은 무려 45.2%에 달한다”며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진 우리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자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수 부족도 비판했다. 복지예산 삭감, 대북 도발로 인한 한반도 긴장감 고조,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정부 책임 등도 언급했다.
특히 임씨는 ‘민주주의 파괴’를 정권의 폐해로 꼽았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 결집을 위해 ‘반국가세력’ 운운하며 정적 탄압을 위해 공적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있다”며 “언론이 비판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고, 수사기관이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택적으로 운영되며 국민들의 피로와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씨에 이어 생명공학부 23학번 노민영씨도 “시끄러운 세상 속, 대학가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하다. 우리는 짐작하면서도 정권의 부정과 부패가 들리지 않는 듯, 보이지 않는 듯 살아가고 있다”며 “매 순간 학업과 취업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어떤 세상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지는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고 대자보를 통해 고백했다.
그는 “열흘 전,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고려대 교수 시국선언이 있었다. 저는 그 시국선언 대자보 옆에 붙은 학우들의 응원 메시지에 눈이 더 갔다”며 “여기에서부터 함께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국선언에 함께해 달라고 촉구했다. 노씨는 “고려대에서 먼저 침묵을 끝내자”고 독려했다.
앞서 이 학교 교수 152명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의 퇴진과 특검 즉각 시행을 촉구하며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