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에게 상속세로 받은 4조7000억원 규모의 ㈜NXC(넥슨 지주회사) 지분 매각에 재시동을 걸었다. 넥슨 지분을 팔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대신 별도의 매각 주간사(증권사)를 선정하고, 회계법인·로펌 등과 ‘원팀’을 꾸려 내년 중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두 차례 공개매각 시도가 모두 무산된 이후 1년 만에 ‘2전3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김 창업자 유족이 70% 가까운 지분을 들고 있어 경영권 행사도 어려운 넥슨 주식을 수조원을 주고 사들일 매수자가 마땅치 않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정부는 이미 내년도 예산안에 넥슨 지분 매각 대금 약 3조7000억원을 국세외수입으로 잡아둔 상태다. 매각에 실패하면 세입 결손으로 재정 관리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2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캠코는 지난 22일 넥슨 매각 주간사 선정을 위한 용역을 재공고했다. 앞서 1차 입찰에 참여한 증권사가 1곳뿐이라 유찰됐는데, 재공고에선 국가계약법에 따라 수의계약(상대를 임의로 선택하는 계약)이 가능해진다. 비슷한 시기 공고한 넥슨 매각 회계·법률자문사 용역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최종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2022년 2월 김 창업자 별세 이후 유족에게 물납주식으로 받은 NXC 지분 85만1968주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말 1·2차 매각이 모두 최저 입찰가가 4조7149억원인 ‘통매각’ 형태라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 됐다. 이에 정부는 지분 매각 목표를 80% 수준인 3조70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분할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모두 열어놓고 있다”며 “매각 주간사 및 자문사에 전권을 부여하고 매각 성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매각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최근 발간한 ‘2025년도 예산안 검토보고’에서 “정부 매각분 전체를 매입해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고 NXC는 비상장회사라 주식을 쉽게 매각할 수도 없으며 상장 계획도 없는 상태”라며 “3조7000억원의 대규모 매각은 쉽게 성사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정부 계획대로 매각이 진행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측면이 존재한다”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넥슨의 ‘자사주 매입’에 기대를 건다. 넥슨은 지난 8월 김 창업자 부인이자 NXC 이사회 의장인 유정현씨와 두 자녀가 보유한 지분 6662억원어치를 매입해 소각했다. 이런 방식으로 넥슨 법인이 정부 지분 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넥슨은 비트코인 1717개를 보유 중이다. 최근 1비트코인 당 시세가 10만 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코인 매각으로 쥘 수 있는 현금만 2300억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넥슨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라면서도 “매각 주간사 선정 및 매수 희망자 찾기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