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규-유예린 부녀가 35년의 세월을 이어 탁구 세계 제패의 꿈을 이뤘다.
한국 여자 주니어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열린 2024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대만을 3대 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 이 대회 출범 이후 한국이 여자단체전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다.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이번 대회 톱시드를 받은 세계 최강 중국을 3대 2로 꺾은 데 이어 결승에서 대만을 잡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우승의 일등공신은 단연 유남규(56) 한국거래소 감독의 딸 유예린(16·화성도시공사 유스팀)이다. 유예린은 대만과 결승에서 예위티안에 1-3으로 패했으나 전날 열린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두 게임을 가져오며 결승 진출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예린은 세계 최강 중국을 맞아 1단식에서 친위시안에게 3-2 역전승을 거두며 파란을 예고했다. 이어 게임스코어 2-2에 나선 최종 5단식에서 올해 아시아선수권 챔피언 종게만을 3-1로 이기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한국은 중국전 승리의 여세를 몰아 결승에서 대만을 3-1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을 달성했다. 결승에선 박가현(17·대한항공)이 1단식과 4단식을 모두 잡으며 활약했고, 최나현(16·호수돈여고)도 2단식에서 승리하며 힘을 더했다. 유예린과 박가현은 나란히 혼합복식 8강에도 올라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유예린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유 감독과 부녀 세계대회 제패를 완성했다. 1988 서울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 감독은 세계선수권에서 한 차례 우승했다. 1989년 도르트문트 대회에서 ‘탁구 전설’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과 혼합복식에서 호흡을 맞춰 우승을 따냈다. 유 감독은 남북단일팀 구성원으로 출전한 1991년 지바 대회에서는 단체전 8강에서 탈락했고, 현 감독을 내세운 여자 단일팀이 중국을 꺾고 우승했다. 현 감독은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에서 여자단식 정상에 올랐다. 성인 대표팀을 포함해 한국이 세계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건 지바 대회 이후 33년 만이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