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근처로 미사일 지나가”…공포의 중동 하늘길

입력 2024-11-25 15:56
지난달 1일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요격하는 모습.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사 캡처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일대를 지나는 민간 항공 여객기들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항공안전 평가 기업 ‘오스트리 항공 솔루션스’(오스트리)에 따르면 올해 중동 상공에서 포착된 미사일 수는 월평균 162기로 집계된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해 기록한 월평균 10기의 16배다.

WSJ는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가한 지난달 1일에 한 민간 항공기 탑승자가 창밖으로 ‘미사일떼’가 지나는 장면을 목격한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가는 여객기를 탑승한 한 승객이 엑스(X)에 올린 영상을 보면 창밖으로 섬광이 보이자 승객은 “저건 폭죽이 터지는 건가요? 뭔가요?”라고 묻는다. 그가 본 것은 이스라엘을 향해 줄지어 날아가는 ‘미사일떼’였다고 한다.

지난달 1일 여객기에서 목격된 이란 미사일. 엑스(옛 트위터)

WSJ에 따르면 탄도 미사일은 민간 항공기의 비행 고도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움직이지만 하늘로 솟구칠 때와 목표물을 향해 하강할 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순항 미사일의 경우 낮은 고도로 날기 때문에 여객기의 이착륙 시 문제를 촉발할 수 있고, 방공 시스템이 민간 항공기를 미사일로 오인하는 경우에는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2014년에는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러시아산 미사일에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전원 사망했다. 2020년에는 이란 테헤란 부근 상공에서 우크라이나항공 PS752편 여객기가 이란군의 격추로 추락해 탑승자 176명 전원이 숨졌다.

WSJ는 군사 활동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의 영공 통제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오스트리 최고정보책임자(CIO) 맷 보리는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이 항공 안전보다 우선시되고 분쟁 지역에선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박주원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