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청년 인구가 밀집된 도시로,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영적 쉼과 회복을 주는 공간들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다음달 15일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에서 열리는 국민일보의 갓플렉스(God Flex) 행사는 청년들이 믿음과 공동체 속에서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서울 곳곳에서 청년들에게 특별한 쉼을 선사하는 공간들을 소개한다.
‘작은 가족’ 같은 위로
서울 관악구의 한 상가 건물 4층에 위치한 ‘청년공간 이음’. 겉보기에는 평범한 스터디카페같지만 사실은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관악구에서 외로운 청년들에게 ‘집 같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무료 커피, 무료 와이파이, 무료 프린터, 무료 식사까지 모든 것이 무상으로 제공되는 이 공간은 2016년 문을 연 이래 수많은 청년들에게 삶의 쉼터가 됐다. 공간 설립을 주도한 김효성(43) 목사는 신학대학원 시절 청년선교에 관심을 갖고 스터디를 통해 무료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후 백석대학교회의 후원을 받아 청년선교 전담 전도사로 부임한 그는 본격적으로 ‘청년공간 이음’을 운영했다.
공간의 이름처럼 이곳은 청년과 예수님, 지역사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방문자들은 이름이나 방명록 작성 없이 자유롭게 공간을 이용하고, 냉장고 속 식재료를 서로 공유하며 간단한 규칙을 통해 나눔 문화를 경험한다. 특히 SPC 행복한재단과의 협약으로 제공되는 ‘청춘 식당’ 프로그램을 통해 매일 신선한 농산물과 선착순 과일 바구니 나눔이 진행된다. 김 목사는 25일 “1인 가구 증가로 단절과 고립이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 청년들에게 가족같은 역할을 하고 싶었다”며 “이 공간이 단순히 먹고 가는 곳을 넘어 서로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작은 가족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랑을 나누는 허브(Hub)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디자인카페허브는 카페, 책방, 캠핑장, 문화활동 공간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이다. 곳곳에 새겨진 신앙적 메시지들은 이 공간의 철학을 보여준다. ‘우리는 일을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일합니다.’
이곳은 신앙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며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간다. 2015년 유영아 대표(56)는 쓰레기장이던 공간을 ‘약속의 땅’으로 믿고 재개발해 친환경적이고 따뜻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유 대표는 “하나님의 창조 원리와 에덴동산의 목적처럼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는 사랑을 실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곳은 폐자재를 활용한 친환경적 디자인과 소박한 공간 구성을 통해 자원에 감사하며 사용하는 유 대표의 신앙을 드러낸다.
‘허브’라는 이름은 “십자가를 기준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중심”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공간은 지역 커뮤니티와 교회의 소그룹 모임, 예배, 세미나 등에 활용된다. 3층 루프탑에서는 영화 상영과 문화 행사가 열리고 세미나실에서는 청년 진로상담과 북스터디 모임, 지역 대안학교와 협력한 특강이 열려 젊은 세대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책방에서는 기독교 서적뿐만 아니라 인문학, 경제 서적도 기부받아 판매하고 수익 일부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된다. 외부 캠핑장은 청년 소그룹 모임 및 야외 예배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창조적 기쁨을 누리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공예카페 ‘헤브헤븐’은 예술과 신앙이 결합된 독특한 공간이다. 공예 클래스에서는 방문자들이 창조적 활동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묵상과 교제를 나눈다. ‘헤브헤븐’은 ‘천국을 가지다’라는 의미다. 대표 노승주(29)씨는 “이 공간이 이름 그대로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경험하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며 “방문자들이 하나님을 알게되고 주님의 선하심을 경험하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우드톤과 아이보리 색감을 주로 사용한 헤브헤븐의 인테리어는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는 월·화요일 공예 클래스,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카페로 운영된다. 방문객들은 직접 도자기 작업을 하며 창조의 기쁨을 경험할 수 있다. 공간은 크리스천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회나 찬양 모임에도 개방된다. 노씨는 “이곳에서 창작 과정을 통해 순수한 창조의 기쁨을 배우고 있다”며 “공간이 개인적인 묵상과 기도뿐만 아니라 예술을 통한 영적 성장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술을 통한 영적 치유
이대역 3번 출구 인근 작은 골목길에 자리 잡은 예술 작업실 ‘작은 천국’은 방문자들에게 영적 회복의 시간을 선사한다. 미로같은 계단을 지나 도착한 이 공간은 하늘색과 하얀색으로 꾸며진 벽면과 예수님의 보혈을 상징하는 붉은 천으로 둘러싸여 있다. 한쪽에서는 리베라 찬양팀의 찬송가가 흘러나와 첫 방문자들을 따뜻하게 맞아준다. 주소조차 인스타그램 예약을 통해서만 공개되는 이 비밀스러운 장소는 마치 성경에서 말하는 ‘땅속에 숨겨진 보화’를 떠올리게 한다.
공간은 각자마다 필요한 삶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예술을 통한 감각의 과정들을 새롭게 제안한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김예원(29)씨는 방문자들이 추상화 작업을 통해 내면의 치유와 회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작업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돕는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대학 시절부터 예술적 정체성을 찾는 여정을 걸었으며, 특히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에 깊은 영감을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한 커리큘럼은 방문자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각을 구현하는 것, 즉 실력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설정되어 있다. 작은 천국은 단순히 예술을 배우는 곳을 넘어 청년들이 자신의 신앙을 새롭게 점검하고 하나님과의 교제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씨는 “이 공간이 신앙과 예술적 표현을 돕는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며 “하나님의 창조성을 통해 많은 이들이 삶에 새로운 힘을 얻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교회 카페가 지역 쉼터로
서울 종로구 예능교회(조건회 목사)가 운영하는 카페 블레싱은 지역 주민들에게 따뜻한 나눔과 재충전의 공간을 제공한다. 2014년 교회 앞 주유소 건물을 개조해 문을 연 이곳은 성경 말씀인 이사야 55장 1절의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를 운영 원칙으로 삼아 나눔과 환대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특히 ‘나눔 아메리카노’ 프로그램은 손님들이 500원을 추가로 결제하면, 그 금액으로 다른 손님에게 커피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카페 수익 일부는 미혼모 시설과 노인 복지기관에 기부되며, 경찰관과 소방관에게는 감사의 뜻으로 쿠폰을 제공한다. 카페 블레싱은 나눔을 넘어 주민들에게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며 공연, 강연 등 다양한 지역 사회 문화 활동과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주민 간 교류와 협력을 돕고 있다.
이외에도 종로구 연동교회의 ‘더게일홀’, 성북구 영암교회의 ‘카페 로뎀’, 은평구 성암교회의 ‘바오밥나무’, 송파구 수동교회의 ‘해피트리 카페’ 등은 지역과 교회를 연결하며 소통 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더게일홀’은 무인카페로 지역 주민들이 부담없이 방문해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쉼터같은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복음을 입은 라이프스타일
LOVE ONE ANOTHER의 줄임말로 ‘서로 사랑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LOA 스토어’는 1년 전부터 종로에서 복음적 가치를 담고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플랫폼을 열었다. 크리스천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기독브랜드가 자신들의 복음적 정체성과 캐릭터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이곳은 입점 브랜드들이 그들의 가치관과 복음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공간을 디자인하고 고객들에게 각기 다른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기획됐다. 공간은 브랜드관 형태로, 각 브랜드가 고유의 특징을 살릴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가장 큰 특색은 복음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이다. 고객들은 각 브랜드의 색깔과 방향성을 통해 복음을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성경읽기표, 묵상노트 등 청년들이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템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서 신앙의 가치를 공유하고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