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히키코모리’ 아들 회복에 “소그룹 도움 커”…은둔고립 가정 위한 교계 역할은?

입력 2024-11-25 14:42 수정 2024-11-25 15:01
교회가 은둔·고립 청년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형상화한 이미지.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은둔·고립 청년 50만 시대에 교계가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은 경제적 활동, 대인 접촉을 꺼려 ‘자신을 스스로 가둔’ 청년을 가리킨다. 지난해 12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34세 인구 중 고립·은둔의 징후가 나타나는 이들은 전체 청년 인구 중 5%로 54만 명 규모에 이른다. 지난 20일 경기도 경기청년지원사업단이 진행한 ‘경기도 고립·은둔 청년지원 포럼’에서 경기 지역의 은둔고립 청년 규모를 발표했다. 경기도 내 은둔·고립 청년의 비율은 경기도 거주 청년 100명 중 9명(9.2%)꼴로 도내 청년 인구에 적용하면 최대 33만7000명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가 고립·은둔 당사자 지원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정미(60)씨는 10년째 은둔 중인 30대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10년 가까이 방 문턱을 넘지 못하던 아들은 최근 거실로 나와 집안일을 돕고 있다. 남들에게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이씨에게는 감격스러운 순간이다. 이씨는 “아들이 거실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것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며 “가족들과 소통을 하고 회복의 의지를 보여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고백했다.

이씨 가족이 긴 터널을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었던 데는 교회와 서울시의 지원 프로그램 영향이 있었다. 이씨는 온누리교회에서 진행하는 프리덤스쿨을 수강했었다. 그는 자신을 돌아보는 10주간 훈련을 통해 내면과 신앙이 단단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와 지엘청소년연구재단이 진행하는 부모교육을 듣고 참여자들과 교류하며 그는 “부모가 행복해야 자녀가 변화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40년 가까이 교회 집사로 지낸 윤철경 지엘청소년연구재단 대표이사는 교회 ‘소그룹 사역’에 착안해 은둔고립 회복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소그룹(목장) 리더들이 소그룹원을 살피고 유대감을 쌓으며 회복시키는 과정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윤 이사는 “교회가 사람을 살린다는 선교적 사명을 갖고 나서길 바란다”며 “교회는 소그룹 모임에 익숙한 집단이다. 교회가 이미 가진 조직과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맞닿아 있는 개교회의 특성이 은둔고립 청년의 사각지대를 쉽게 발견하는 장치가 된다는 것이 윤 이사의 제언이다. 그는 “기관과 교회가 협력하길 바란다. 교회는 인력을 기관에 제공하고 기관은 이들을 전문인력으로 키워 개교회에 심는 방법이 있다”며 “각 지역교회 목회자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두고 나섰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교회가 지역의 은둔·고립 청년과 가정을 살피는 일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종현(가명·51) 목사는 은둔고립 청년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이들을 위한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 이 목사는 “대부분 목회자가 이러한 사역을 잘 알지 못해 사역을 하고 있지 않다”며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교회 목표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을 알기만 하면 목회자들은 나서서 할 것”이라고 했다.

교회가 이들 회복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비단 조직과 공간이라는 구조 때문은 아니다. 이 목사는 “은둔고립 당사자 중에서는 탈은둔을 했다가 다시 은둔고립 상태로 돌아가는 이들도 많다”며 “온전한 해답은 영적인 회복에 있다. 교회가 이런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면 회복 사역과 영적 사역을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