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선진국 중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급격히 부실해지고 있는 자영업자대출이 문제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지주 산하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25일 낸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최근 5년간 연평균 가계부채 증가율은 1.5%로 홍콩(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추산한 한국의 국내 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92%로 스위스와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다. 이 비율은 2021년 9월 말 사상 최고치인 99.2%를 기록한 뒤 내리막을 걷고 있다.
다만 이런 흐름은 한국의 명목 GDP가 가계부채보다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다. 최근 5년간 가계부채 증가율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 스위스(0.5%), 호주(-2.4%), 캐나다(-0.3%), 네덜란드(-4.1%)보다 높다. 2013년 43개국 중 15위에 그쳤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순위도 2014년 14위, 2015년 11위, 2016~2018년 10위, 2019년 9위, 2020년 8위, 2021년 6위, 2022년 5위로 오르막이다.
대신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따른 가계부채 리스크는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진단됐다. 한국의 주택 구매 목적 가계대출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60.2%로 세계 평균(66.8%)을 밑돌고 있다. 소득 대비 부동산 가격도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8년 연속 하락해 세계 평균의 75% 수준에 머물렀다. 오히려 전체의 10분의 2에 해당하는 자영업자대출의 리스크가 더 크다는 것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시각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2022년 6월 말 0.56%에서 올해 6월 말 0.94%로 상승하는 동안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0.5%에서 1.56%로 급등했다. 취약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10.2%에 이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취약 자영업자대출이 증가하고 이들의 연체율도 높다. 전체 가계대출 중 취약 차주(돈을 빌린 사람)의 비중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자영업자의 소득과 생산성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