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 대신 생필품 모아 나눔 실천해요”

입력 2024-11-25 13:02
배병로(오른쪽) 열방선교교회 목사가 지난 1일 일산순복음영산교회로부터 전달 받은 영산종합선물세트를 한 지역아동센터에 선물하고 있다. 일산순복음영산교회 제공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 일산동구에 있는 일산순복음영산교회(강신호 목사)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대성전 앞 복도에 놓인 유인물이었다. ‘영산종합선물세트’라는 제목이 붙은 종이엔 성도들이 직접 기입한 식료품과 생활용품 품명이 적혀 있었다. 라면 김 비누 간장 당면 부침가루 카레 식용유….

그렇다면 영산종합선물세트는 무엇일까. 이날 교회에서 만난 강신호 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과거 이 교회에서는 여선교회 성도들이 성미를 걷었다. 성찬 주일인 매달 첫 주일이면 그렇게 모은 성미를 가난한 이웃들에게 전달하고 남는 쌀은 교회 식당에서 사용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엔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강 목사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누군가는 묵은쌀을, 어떤 성도는 햅쌀을 내놓았어요. 그리고 이런 쌀들이 한곳에 섞이니 뒤죽박죽이 돼버리더군요. 벌레라도 있는 쌀이 여기에 섞이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곤 했죠.”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이 영산종합선물세트다. 교회 성도들은 시장을 볼 때마다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을 한두 개씩 추가로 구매했다. 그렇게 모은 것들로 교회는 한 박스에 10만원 상당의 제품들로 채워진 선물세트를 만들었고, 독거노인 가구를 비롯한 소외계층에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1년간 일산순복음영산교회가 제작해 배포한 선물세트는 200개가 넘는다. 강 목사는 “현물이 아니라 헌금을 통해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는 성도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강신호 일산순복음영산교회 목사. 일산순복음영산교회 제공



일산순복음영산교회는 조용기(1936~2021) 목사의 성역 50주년을 기념해 2009년 세워진 교회로 강 목사가 취임한 시기는 2022년 7월이었다. 당시 교회는 내부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내우외환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강 목사의 리더십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대중교통으로는 올 수 없는 외딴 지역에 있는 교회이지만 그가 부임한 이후 지난 2년 사이에 출석 성도는 1000명 가까이 늘었다. 강 목사는 “소프트웨어를 바꾸려면 우선 하드웨어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난 2년간 교회 건물 수리나 인테리어에 힘을 쏟았고 담임목사로서의 권위도 내려놓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청년들을 비롯해 교회를 떠났던 많은 이가 다시 교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된 ‘3040 아가페 선교회’를 비롯해 교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남선교회와 여선교회, 교회의 모판이라고 할 수 있는 교회학교 등도 제역할을 하고 있어요. 내년 슬로건을 ‘배움을 실천하는 교회’로 정했는데 앞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면서 미자립교회들도 돕는 일을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고양=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