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온 고립·은둔 청년 8명이 자립 훈련을 위해 제주 올레길 27개 코스 완주에 도전한다.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센터장 김옥란)는 고립·은둔 청년 자립을 돕기 위해 지난 4일부터 45일간 ‘IBK행복나눔재단 올레길 완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최근 밝혔다. 센터는 고립은둔청년(은둔형외톨이)과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의 사회적 자립을 지원하는 단체다. 2014년 당시 나들목교회(김형국 목사) 후원으로 시작한 도시빈민 직업자활시설이자 무료급식소인 바하밥집 사역 중 하나인 ‘카페 브룩스’가 이 단체 전신이다.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고립 청년의 사회 진출을 돕던 카페 브룩스 활동이 확대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다음달 18일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1~13년간 고립·은둔 생활을 해온 청년들이다. 센터의 면접으로 거쳐 선발된 이들은 제주의 한 펜션에서 합숙하며 오전 7시 기상해 매일 올레길 한 코스를 걷고 있다. 주중 매일 정해진 시간에 단체로 기상해 하루 평균 10~20㎞를 걷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서 오랜 은둔 기간 무너진 루틴을 회복하고 고립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협동심과 성취감을 기르기 위해서다.
주말엔 온천이나 승마·야구 체험 등 ‘힐링 프로그램’과 더불어 참가자의 자립 훈련을 집중 지원한다. 센터는 각자의 강점을 파악하는 ‘강점스팟’ 훈련과 참가자의 향후 목표와 비전 설정을 돕는 ‘개인별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매일 저녁 회복 모임인 ‘기지개 모임’도 열어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직접 표현하는 시간도 갖는다. 또 ‘캠프파이어’와 의료 지원 등 참가자의 피로를 푸는 활동도 마련했다.
참가자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A씨는 “함께 길을 걷는 청년들과 센터 코치님이 있어 힘들지만 즐겁게 걷고 있다”며 “이게 유대와 연대의 힘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여성 참가자 B씨는 “정처 없이 함께 걸으며 서로에게 걱정과 응원을 해주다 보니 (도리어 내가) 용기가 난다”며 “앞으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자신도 생겼다”고 밝혔다.
센터는 지난 2020년부터 서울 성북구에 센터 공간을 마련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야구단과 예술단, 직업 체험 등을 이끌고 있다. 김옥란 센터장은 “고립·은둔 청년들은 긴 기간 은둔으로 수면과 식습관이 무너져 신체·정서적 건강이 좋지 못한 경우가 적잖다”며 “이번 프로그램이 이들 삶에 변화를 가져와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