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된 사도 광산 추도식… 역사 문제 불씨 되살아나나

입력 2024-11-25 10:53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한국 정부가 불참한 가운데 사도 광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AP 뉴시스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이 강제 노역했던 일본 니가토현에서 24일 열린 사도 광산 추도식에 한국 정부가 불참, ‘반쪽짜리’가 된 가운데 일본 언론들이 “한-일 간 역사 문제를 둘러싼 불씨가 다시 부각되는 모양새”라고 25일 보도했다.

일본 일간지 아사히 신문은 이날 이 나라 정부 대표로 사도 광산 추도식에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의 2022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 관련 보도가 한국의 행사 보이콧의 계기가 됐다고 짚었다. 같은 해 8월 15일 교도 통신은 이쿠이나 등 국회의원 20여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쿠이나는 보도 당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사도 광산 추도식에 한국 정부가 불참한 것과 관련해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고 보고 있다. 사도 광산에서 일한 조선인들의 강제성을 두고 한국과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정무관 이상이 참석하기를 원한다는 한국 정부 측 요구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사에서 이쿠이나가 조선인 노동의 강제성을 언급하지 않은 데다 사과의 뜻도 표명하지 않아 한국에서는 일본이 뒤통수를 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간지 산케이 신문은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일본인에 대한 인상이 급속히 좋아졌지만 역사 문제에서는 인식에 변화가 없어 윤석열 정권이 이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아사히와 인터뷰에서 “이쿠이나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는 한국에 민감한 요소다. 일본 정부의 배려가 부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아사히는 한국과 일본 정부 내에 사도 광산 추도식 문제로 불거진 불씨가 더 커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정부는) 이 사건이 한-일 관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와 인터뷰한 일본 정부 관계자도 한국 정부의 행사 불참 결정 이후 “양국이 양보해 (문제가) 장기화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관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사도 광산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될 때 한국의 동의를 얻기 위해 조선인들의 강제 노역에 대한 추도식을 매년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한국 정부는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했지만 일본 정부 참석자 등을 두고 갈등을 빚으며 일본 측 대응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 결국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행사 참석을 위해 출국했던 한국 정부 관계자와 유족들은 따로 행사를 치렀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