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용접공과 로봇의 협업…HD현대삼호의 생산성 혁신 실험

입력 2024-11-25 07:00 수정 2024-11-25 07:00
HD현대삼호의 골리앗크레인. HD현대삼호 제공

지난 21일 전남 영암에 있는 HD현대삼호의 조선소 야드(Yard·현장). 고개를 치켜들어야만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을 지나 건물이 밀집한 교육장 구역에 들어서자 근로자들을 위한 훈련소 사이로 ‘자동화혁신센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수식이 잔뜩 적힌 화이트보드, 곳곳에 놓인 용접용 마스크, 실제 선박에 쓰이는 실험용 철판까지. 언뜻 보면 조선해양공학과 대학원 실험실 같았다. 이곳 자동화혁신센터는 HD현대삼호를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핵심 과제는 용접 로봇 연구다. 연구원 30여명은 사람이 직접하던 용접 작업을 향후 로봇이 하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지난 21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 판넬 공장에서 용접 로봇이 배의 중간 부분에 들어가는 철판을 용접하고 있다. HD현대삼호 제공

샘플용 철판 옆에는 하늘색 용접 로봇이 놓여 있었다. 이 로봇에 캐드(CAD·컴퓨터 설계)를 기반으로 용접 정보를 자동 입력하자 스스로 용접을 수행했다. 예를 들어 ‘시작 지점에서 15㎝ 오른쪽으로 용접한 뒤 위쪽으로 10㎝를 용접하라’는 명령을 따르는 식이다.

류상훈 자동화혁신센터 상무는 “연구원 중 S급 용접공 출신도 있다”며 “이들이 가진 지식을 활용해 최적의 명령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삼호는 지난해 10월 국내 조선사에서 가장 많은 용접 로봇 42대를 생산 현장에 도입했다.

실제로 이날 배의 중간 부분을 만드는 판넬 공장에서는 혁신센터에서 본 용접 로봇이 작업에 투입돼 있었다. 용접 로봇은 근로자 1명이 최대 6대를 운용할 수 있으며 쉬운 작업의 경우 초보자가 3일 정도 교육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품질도 뛰어난 편이다. 사람이 직접 용접을 하는 경우에는 과하게 용접이 돼 비딩(사포작업)을 거쳐야 하는 일이 생기는 반면 용접 로봇은 균일한 작업이 가능하다. 류 상무는 “로봇 용접의 정교함에 선사 감독관들의 만족감이 높다”고 했다.

HD현대삼호의 돌핀안벽에 거치된 배들의 모습. HD현대삼호 제공

HD현대삼호는 용접 로봇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다. 선박 접안(接岸) 구역에 있는 ‘돌핀 안벽’이 대표적이다. 돌핀 안벽은 육지에 인접한 바다에 기둥 모양의 구조물을 설치해 연결한 돌출형 안벽 시설이다. 임동한 사업기획부 책임매니저는 “일반 안벽과 달리 좌우로 선박을 접안할 수 있어 일반 안벽 대비 효율성이 개선됐다”며 “돌핀 안벽을 지난 7월 준공한 이후 동시에 접안 가능한 선박이 기존 14척에서 18척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야드 옆에 있는 작은 산인 갈마산에 터널도 뚫었다. 골리앗 크레인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서다. 골리앗 크레인은 지상에 깔린 주행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수백t이 넘는 블럭을 들어서 옮기는 역할을 한다. 기존에는 갈마산으로 생긴 유휴부지 때문에 최대 4개의 블록만 탑재할 수 있었지만, 산에 작은 터널을 뚫어 골리앗 크레인의 다리 부분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 공간 활용이 가능해졌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한다. 임 책임매니저는 “공간 극대화를 위한 아이디어로, 현재는 최대 7개의 블록을 배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영암=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