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2025학년도 정원조정’으로 돌아간 의료계… 의협·전공의, 협의체 대신 개혁신당 만났다

입력 2024-11-24 18:52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2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박형욱(왼쪽 두 번째)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 간담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대한의사협회가 첫 외부 일정으로 전공의와 함께 개혁신당과 간담회를 가졌다.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에는 불참했다. 의협 비대위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모집 정지 입장을 고수하며 강경 목소리를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야·의·정 협의체도 의대 정원 의제에 갇히며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모습이다.

박형욱 의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개혁신당의 허은아 대표, 이주영 의원을 만났다.

의협이 전공의와 함께 정치권 간담회에 나선 것은 의·정 갈등 사태 이후 처음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이 의원이 전공의와 꾸준히 소통을 이어왔던 만큼 의료계 요구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보고 박단 위원장이 먼저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의료계와 개혁신당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없이는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의협 비대위와 전공의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3차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비대위 전환 직전 의협 집행부는 협의체 참여를 결정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 대해 “결정을 존중한다. 의료계 전체 의견이 잘 표명될 수 있도록 신중함을 기해 달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24일 열린 개혁신당-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 간담회에서 박단(왼쪽)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비대위 출범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지난 22일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협의체에 참여한 두 단체를 향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중지’를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등 강경한 목소리를 연일 내놓고 있다.

협의체에서 의·정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했던 대한의학회와 KAMC는 난감해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임현택 의협 회장 탄핵 직후 전공의 참여 확대로 의협 비대위가 더 강경해지고 있고, 대화 중단까지 압박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어 협의체가 뚜렷한 성과를 내기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협의체 회의 종료 직후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계는 2025·2026년 증원은 ‘제로(0명)’로 하자는 입장이고, 정부는 2026년 증원부터 인력수급추계 범위 내에서 논의하자는 상황”이라며 “합의점을 이룰 만한 진전이 없었다”고 전했다.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복귀를 유인하기 위한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초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통해 상반기 전공의 모집계획을 공고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지역 의료 현장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율을 올해 5.5대 4.5에서 내년에는 5대 5로 변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도권 수련병원 선호가 높은 상황에서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존 배정 인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유나 정우진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