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앞두고 많은 목회자가 새해 목회구상에 돌입한 가운데 예배의 갱신과 함께 새로운 예배를 디자인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소위 유행을 따르는 각종 예배 형식과 순서에서 탈피해 예배의 본질을 추구하되 목회 철학을 반영하면서 예배 준비 과정에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 등이 제시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김정석) 서울연회 부흥전도단이 지난 21일 서울 성동구 금호제일교회(김형석 목사)에서 마련한 예배 세미나에서는 예배에 익숙한 목회자가 먼저 예배 본질을 재확인하고 예배자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조언이 눈길을 끌었다.
김형석 목사는 “목회자가 설교자, 예배 집례자 기능에 매몰돼 예배 참여자라는 사실을 놓칠 수 있다. 이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예배는 사람이 은혜받기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께 찬양과 경배드리기 위함”이라며 “목회자가 자신의 취향과 기분에 따라 예배 요소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님만이 드러나야 하는) 예배에서 사람이 드러나지 않으려면 철저한 연습과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거침없이 밀려드는 최첨단 인공지능(AI)의 기능으로 밀려드는 ‘정보 홍수’ 속에서 목회 방향과 예배의 일관성이 더 강조되기도 했다.
안덕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예배학) 교수는 한국교회가 ‘무분별한 따라하기’를 멈추고 개교회의 개성을 살려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수치와 양적 성장에 연연하는 모습을 내려놔야 한다”며 “성도들을 예배 준비과정에 적극 참여시키거나 여러 예배 방식을 조합하는 창조적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다양한 방식을 도전하는 과정에서 설득력과 민주적 절차가 있다면 더 효과적이며 일련의 과정에서 목회자의 삶과 언어, 교회의 목회 방향과 예배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예배의 구성 요소들이 설교를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해야 목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박해정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개성 있는 예배 구상의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로 자연광과 인공조명의 조화, 영대(스톨), 꽃꽂이 등을 통한 미학적 요소를 살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목회를 구체적으로 디자인하는 방식은 다양하다”며 “설교 때 사용하는 언어와 세례 때 사용하는 그릇과 행위의 예술성을 고민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같은 날 경기도 성남시 지구촌교회에서 예배사역자연합(대표 백낙웅 선교사) 주최로 열린 ‘제1회 예배찬양 학술대회’에서도 건강한 예배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발표자로 나선 최병락(강남중앙침례교회) 목사는 교회의 5대 가치를 영단어 ‘WORLD’에 담아 소개했다.
알파벳별로 예배하는 교회(Worshiping), 소그룹 교회(Oikos), 돕는 교회(Reaching Out), 살리는 교회(Life Giving), 제자 삼는 교회(Discipling)란 의미를 지닌다.
최 목사는 “5개 가치 가운데서도 예배가 우선이다. 예배가 살아야 다른 4개의 가치도 잘 수행할 수 있다”면서 “예배는 주일만의 행사가 아니다. 365일 예배 중심의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삶의 예배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존 최 미국 댈러스침례신학대(예배학) 교수는 “하나님께서 가인의 제사를 받지 않으신 건(창 4:5) 가인의 죄악된 삶 전체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인의 실패는 경건한 주중 생활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경고”라며 “동시에 회개하고 올바른 예배의 마음을 가지도록 격려하는 하나님의 초대다. 하나님은 가인에게 ‘네가 옳은 일을 행하면 네가 받아들여 지지 않겠느냐’며 먼저 손을 내미셨다”고 덧붙였다.
박윤서 이현성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