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사이사이상 미야자키 하야오 “日, 학살 역사 잊어선 안돼”

입력 2024-11-24 18:16 수정 2024-11-24 18:47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AP뉴시스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83) 감독이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수상 소감문에서 일본인은 전쟁 중 민간인을 학살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야자키 감독은 지난 1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막사이사이상 시상식에서 요다 겐이치 스튜디오 지브리 이사가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언급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수상을 계기로 다시 필리핀을 생각하게 됐다”며 “일본인은 전쟁 중에 끔찍한 일을 많이 했다. 민간인을 많이 죽였다. 일본인은 이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계속 남아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역사가 있는 가운데 필리핀에서 막사이사이상을 받는다는 것을 엄숙하게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아사히신문은 미야자키 감독이 언급한 민간인 학살은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2월 필리핀을 점령한 일본군이 마닐라 탈환에 나선 미군 등 연합군에 밀려 퇴각하면서 필리핀인 약 10만명을 학살한 사건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막사이사이상을 운영하는 라몬 막사이사이상 재단은 미야자키 감독의 수상 소감에 대해 “더 나은 양국의 미래를 위해 과거사와 마주하고 기억하는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며 “우리도 막사이사이상의 이념을 통해 상호 이해를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1985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천공의 섬 라퓨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 등 상업적으로 성공적이면서도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제작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과거에도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과거사 성찰에 소극적인 일본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막사이사이상은 라몬 막사이사이 필리핀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57년 4월 제정된 국제적인 상이다. 매년 아시아 지역의 정의와 평화, 번영에 기여한 인물과 단체를 선정해 상금과 메달을 수여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