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중국 제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수출 제재를 내놓을 전망이다. 중국은 엔비디아를 대체할 자체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하고 해외 반도체 수입을 급격히 늘리는 등 반도체 자립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미국이 이르면 이번주 중 중국에 대해 새로운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 상공회의소는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발송한 이메일을 통해 “미 상무부가 오는 28일 추수감사절 연휴 전 중국 수출 통제 관련 새로운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등장 전부터 중국의 반도체 접근을 차단하는 움직임이 나온 셈이다.
최대 200곳의 중국 반도체 기업이 무역 제한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 제한 목록에 등재되면 미국 기업 대부분과 거래가 차단된다. 이메일에 따르면 다음 달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가 AI 반도체 수출 제한의 일환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중국은 해외 반도체 확보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 들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급격히 늘려 왔다. 지난달 중국의 미국산 칩 수입액은 11억1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했다. 1~10월 수입액은 96억1000만 달러(13조5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5% 늘었다. 수입품 대부분은 구형 반도체다. 이미 첨단 반도체와 생산 장비 수입 길이 막힌 상황에서 제재가 현실화하면 구형 제품 확보도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는 내년 1분기부터 엔비디아의 AI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항할 새로운 AI 칩을 생산할 계획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어센드 910C’ 샘플을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에 보내고 관련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화웨이는 910C가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인 H100과 유사한 성능을 보인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H100 칩은 미국 규제에 따라 지난해부터 중국 수출이 금지됐다.
다만 중국이 꿈꾸는 반도체 굴기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의 AI 칩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단계에서 충분한 수율(양품 비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생산하는 910C의 수율은 약 20%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대량 양산을 위해 수율이 최소 70%는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첨단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들여올 수 없는 여파다. 바이트댄스는 전작인 910B 칩을 10만개 이상 주문했지만 지난 7월 기준 3만개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구형 제품 무역까지 틀어막으면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현재 수준에서 발전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