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 당시 숨진 추락사고 환자와 관련해 정부가 대학병원에 내린 제재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병원이 응급환자인지 판단하는 기초 진료도 하지 않고 “의사가 없다”며 수용 거부한 것은 응급의료 거부·기피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김재원)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난해 3월 19일 대구에 있는 건물 4층 높이에서 떨어져 머리 등을 다친 응급환자 A양(당시 17세)이 구급차를 타고 약 2시간30분간 병원을 떠돌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 당시 구급대원은 오후 2시14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그땐 A양에게 의식이 있어 간단한 대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구급대는 첫 병원에 이송하지 못했고, 이후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대구가톨릭대학병원으로 이송하려 했으나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구급대는 이후 다른 병원 두 곳으로부터 수용을 거절당했고, 재차 대구가톨릭대학병원에 전화했으나 같은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구급대는 오후 4시30분쯤 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는데, 인계 과정에서 심정지가 발생했다. A양은 사고 후 2시간30분여가 지난 오후 5시쯤 대구가톨릭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복지부는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이 응급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응급의료기관 업무 수행 부적정’ 처분을 내렸다. 복지부는 병원이 구급대의 수용 능력 확인에 대한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를 거부했다고 보고 이를 시정할 것과 6개월분 보조금을 중단했다.
병원은 불복해 소송을 냈다. 병원 측은 신경외과 전문의가 부재중이라 다른 병원을 추천했을 뿐 응급의료를 거부한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응급센터장은 응급환자 수용 가능 여부 확인 요청을 받자 ‘신경외과는 전혀 안 된다’고 수용 불가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했다”며 “응급환자인지 판단하는 기초 진료조차 하지 않은 응급의료 거부·기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병원은 응급실 여력이 있었음에도 수용을 거듭 거절해 결국 응급환자가 사망했다. 당시 상황에서 요구되는 최선의 조처를 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