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의 기후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2035년까지 매년 3000억달러(약 421조원)를 분담하기로 합의했다.
24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모인 약 200개국 협상단은 이날 새벽 이같은 내용의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기존에 합의된 연 1000억달러의 선진국 지원금을 3배로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개도국들이 요청한 연 1조3000억달러에는 크게 못 미치는 액수다.
지난 11일 시작된 기후변화총회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며 예정된 폐막일인 22일을 넘겼고, 협상단은 비공개회의와 밤샘 협상을 거듭한 끝에 이날 새벽 합의에 도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합의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타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합의안은 만장일치로 채택됐지만 일부 대표단은 곧바로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도 협상 대표 찬드니 라이나는 “선진국 당사자들이 그들의 책임을 다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 결과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시에라리온, 케냐, 나이지리아 등도 합의안에 대해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최소한의 합의”라며 “엄청난 실망”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역사적인 결과물”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두 더 야심찬 결과를 기대했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각국 정부는 이 합의를 기반 삼아 이를 토대로 발전시켜 나가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기후대응 분담금은 개발도상국의 태양광 패널 설치 등에 사용돼 청정 에너지로 전환하도록 돕는다. 또 해수면 상승, 혹독한 가뭄, 강력한 폭풍 등 극한의 날씨에 대응하도록 돕는다. 3000억달러는 2023년 기준 전세계 군사비의 45일치,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원유의 40일치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기후 재정을 분담하는 선진국 그룹에는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약 20개국이 있다. 1992년 첫 유엔기후협약에서 정해진 것으로 당시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분담 의무에서 배재됐다. 서방 선진국들은 중국과 사우디도 선진국으로 편입해 기후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번 총회에서도 이들에게 부담 의무를 부과하진 못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안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선진국들이 2009년에 설정한,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 지원 약속도 5년이나 지체돼 2025년에 완료될 전망이다. 특히 세계 기후협력에서 발을 빼겠다고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함에 따라 미국이 향후 기후 재정 분담금을 삭감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음 30차 기후변화총회는 내년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