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업계에선 실패를 경험해 본 청년 창업가들을 더 신뢰하게 됩니다. 청년이 창업해서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저희로서는 젊은 창업가의 첫 번째 사업에 투자하기보다는, 실패해 보고 사실 망해도 보면서 다시 방향을 잡고 멤버들을 재정비해서 다시 도전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안신영(52·사진) 에이스톤벤처스 대표가 전한 청년 창업가들을 향한 메시지다. 안 대표는 벤처투자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CEO다. 대학을 졸업하며 회계사 자격증을 획득한 뒤 대성창업투자 등지에서 20여년간 벤처투자를 진행하다 3년전 지금의 에이스톤벤처스를 시작했다. 에이스톤벤처스는 성경의 모퉁잇돌, 즉 디딤돌을 꿈꾸는 기업이다. 65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를 이끌며 청년 창업가들이 기업 공개(IPO)나 코스닥 상장으로 나아가도록 돕는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도심공항터미널 사무실에서 만난 안 대표는 청년 창업가들에게 ‘워라밸’은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전했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 즉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를 젊은 세대들이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에이스톤벤처스가 지난 3년간 투자해 성공한 벤처기업의 브랜드를 액자에 담아 걸어 전시하는 회의실에서 안 대표는 “굉장한 열정이 있지 않고서는 청년 창업가로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청년 창업은 대표가 만 39세 이하이거나 아니면 임직원 50% 이상이 청년인 경우를 말합니다. 젊은 벤처기업인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이들은 굉장히 에너지가 넘칩니다. 젊은 세대들이 워라밸만 추구한다고 하는데, 벤처기업은 창업자 2~3명이 기업의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하기에 굉장한 열정이 없는 이상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회사를 키워서 성공시키려는 꿈을 가지고 밤을 새우고 효율을 내는 이들은 직장에서 정해진 일만 하려는 사람들과 다릅니다. 그 때문에 금융권이나 대기업에서도 청년 창업 경험이 있는 이들을 선호합니다.”
안 대표는 자신의 청년 시절을 돌아보며 “당시엔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인생 후반부로 넘어올수록 고난과 도전이 닥쳐왔다”고 전했다. 직장을 몇 차례 옮기며 한 벤처투자업체의 CEO로도 영입됐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몰려오면서 낙심할 뻔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그때마다 안 대표는 “평안의 하나님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움을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기도를 들어주시고 마음의 평안을 주셔서 감사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자주 떠올리는 성경 말씀으로 베드로전서 5장 7절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를 꼽았다.
서울 늘푸른교회(박규용 목사)에서 7년 넘게 중등부 교사로도 섬긴 안 대표는 다음세대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안 대표는 청년들에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 그걸 놓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청년 창업을 너무 강조해서 저 역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대기업 취업이 어려우니까 중소기업이나 벤처창업으로 너무 푸시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었죠. 하다가 망하면 저 젊은 인생들 어떻게 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취업으로 풀지 못하는 자신만의 열정을 창업에 쏟아내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낮은 확률일지라도 너무나도 즐겁게 창업을 위해 일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또 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과 생태계가 발전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창업해서 망해도 끝이 아닙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재도전 기업이 성공확률이 높고, 또 창업가들의 이런 경험을 다른 기업들이 높이 삽니다. 청년세대들이 끝까지 열정을 놓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