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의 성서 부족 현상, 엄연한 현실…성서로 흥한 한국교회, 도움의 손길 전해주길”

입력 2024-11-24 13:46
한국교회가 1909년부터 3년간 전국적으로 펼친 ‘백만명 구령운동’에 동참한 전남 목포 지역 기독 학생들. 이들이 들고 있는 성서는 서구 교회에서 지원받은 마가복음 특별판 70부 중 일부다. 대한성서공회 제공

대한성서공회(이사장 김경원 목사)가 다음 달 8일을 올해의 ‘성서주일’(Bible Sunday)로 공표하고 한국교회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대한성서공회는 한국교회가 매해 12월 둘째 주일로 지키는 올해의 성서주일 날짜와 함께 예배 자료 및 자기 언어로 된 성서가 없는 부족의 성서 제작 현황을 최근 공개했다. 성서주일은 한글 성경 제작을 기념하고 자기 언어로 된 성경이 없는 지구촌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날이다. 올해 성서주일 자료는 ‘복음의 빛, 우리가 전할 성경’이란 제목의 영상과 카드뉴스, 설교문 등이다. 특히 설교문 작성에는 홍기영 창조교회 목사 등 6개 교회 목회자가 참여했다. 이들 자료는 대한성서공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1899년 5월 7일 처음으로 ‘성서공회 주일’을 지켰다. 지금의 명칭을 공식 사용한 건 1900년대부터다. 성서주일을 맞을 때마다 성도들은 한글 성경의 가치와 권위를 되새기며 국내외 성서 보급을 위한 헌금에 꾸준히 동참해 왔다.

한국교회가 성서주일 성수에 지속적 관심을 보인 건 성서가 한국교회 부흥에 지대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1907년 평양대부흥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해 초기 한국교회 성도들은 당시 전도 운동인 ‘백만명 구령운동’에 적극 참여했는데 이때 활용한 도구가 성경이다. 서구 교회는 당시 성서 구매 비용이 부족한 한국교회에 마가복음 70만부와 전도지 등을 지원했다. 이들 성경과 전도지를 활용해 전국의 성도들이 가가호호 복음을 전한 해당 운동은 한국교회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2024년 성서주일을 맞아 대한성서공회가 제작한 이미지. 아프리카 우간다 농촌 마을 지도자와 멕시코 촐 부족 성경 번역자가 처음 자기 언어로 된 성경을 받은 지구촌 이웃의 감격을 전하고 있다. 대한성서공회 제공

성서로 흥한 한국교회인만큼 이제는 세계 교회 부흥을 돕고 성서를 요청하는 이들의 필요에 응답해야 한다는 게 대한성서공회의 제안이다. 전쟁과 기근, 자연재해로 성경이 긴급히 필요한 이들은 물론이고 아직도 자신의 언어로 성서를 읽을 수 없는 이들이 지구상에 꽤 존재해서다. 일례로 멕시코 68개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치아파스 지역의 촐 부족은 부족민 절반 이상이 부족어인 촐어만 이해한다. 부족어 성경이 없던 이들을 위해 번역 작업에 돌입한 멕시코성서공회는 지난 4월 15년 만에 ‘촐어 첫 해설 성경 봉헌식’을 열었다.

이어 말라위와 카메룬, 가나성서공회 총무의 증언을 인용해 아프리카 내 성경 부족 현상도 조명했다. 룩 그노와 카메룬성서공회 총무는 “아프리카 지역 내 성경의 결핍 현상은 현재도 심각한 편”이라며 “한 교회 목회자가 설교하며 사용한 성경을 예배 후 다른 교회로 계속 전달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한성서공회는 “우리 신앙의 선조들처럼 전 세계에는 말씀의 힘과 위로를 기다리지만 자력으로 성서를 구할 수 없는 이들이 참 많다”며 “이들에게 구원의 길과 절망을 딛는 힘과 위로를 주는 성서를 전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의 기도와 후원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