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한국 각계각층의 분노를 최대로 분출시키라”는 내용의 이메일 지령을 받고 활동한 민주노총 간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제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지난 6일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으로 활동했던 5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수년간 100여 차례에 걸쳐 북한 지령을 받아 움직인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 기소됐다. 이태원 참사 관련 지령에는 “이번 특대형 참사를 계기로 (한국) 사회 내부에 2014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투쟁과 같은 정세 국면을 조성하는 데 중심을 두고 조직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런 지령을 받은 것뿐 아니라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와 오산 공군기지 내 시설, 활주로, 미사일 포대 등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북한 공작원이 이태원 참사 유족의 크나큰 고통에 함께 슬퍼하며 애도의 심정에서 지령을 내렸을 리 만무하다. 지령과 보고문의 내용은 단 하나의 목표인 ‘한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으로 귀결된다. A씨는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장기간 이에 동조했다”며 A씨를 질타하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가 공작 진행 상황을 수시로 북한에 보고하고 “남조선 혁명운동에 대한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영도” “모든 것을 다 바쳐 나갈 것” 등을 언급하며 보낸 충성 맹세도 드러났다. A씨의 메모리카드를 구동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파일에는 민주노총 임원 선거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해 달라는 북한 측 지령도 있었다. A씨는 지령에 따라 계파별 선거 전략 등을 취합해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이 부분 혐의가 사실이라고 보고 A씨의 간첩죄를 인정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