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맨 처음, 우린 꼴찌?” 중국 패싱에 일본 ‘부글’

입력 2024-11-24 12:54 수정 2024-11-24 13:26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5일(현지 시각)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정상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뒤 중국이 일본과 ‘전략적 호혜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가운데 일본에서 중국이 자국을 ‘패싱’(Passing·열외 취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도미사카 사토시 일본 다쿠대학 해외사정연구소 교수는 23일 야후재팬에 기고한 전문가 칼럼을 통해 “페루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열린 뒤 일·중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외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그런 구태의연한 견해가 통용되지 않는 심각한 일본 경시”라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도미사카는 그 근거로 중국 언론의 일·중 정상회담 보도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 등 5개국과도 정상회담을 했다. 그런데 중국 국영 방송 CCTV의 저녁 뉴스를 보면 시진핑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간 회담 내용에 오랜 시간을 쏟은 뒤 칠레 대통령, 태국 총리, 싱가포르 총리 순으로 소개했다. 이시바는 믿을 수 없게도 맨 끝”이라고 강조했다.

도미사카는 “CCTV는 국가의 중요도와 관계의 호오(좋고 나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보도 순서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를 보면 중국이 어느 나라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서 “한반도에서 중국이 우려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한국과 회담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예전 같으면 한국보다 일본이 먼저 보도됐을 것이다. 그나마도 일본은 맨 끝”이라고 적었다.

도미사카는 정상회담뿐 아니라 최근 중국이 비자 면제 대상국을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일본 패싱의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불가리아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몰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일본의 일반 여권 소지자에게 비자를 면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기서도 일본은 마지막에 언급됐다”고 썼다.

도미사카는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일본 유력 일간지들이 ‘중국이 트럼프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에 손을 내밀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해 자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많은 일본인이 ‘중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말을 믿고 있지만 현 외교 상황을 언론이 쓴 것처럼 ‘중국이 일본에 가까이 오고 있다’고 해석해도 괜찮겠냐”고 우려를 표했다.

도미사카는 “(이시바 총리 재선 등으로) 일본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뒤 중국도 새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는 느껴지지만 쌍수를 든다는 느낌은 아니다. 시진핑은 브릭스(BRICS)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회의에 참석하는 등 신흥국과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미·중 대립이 가져온 일본의 ‘모테기’(モテ期·인기 있는 시기)는 지나간 것 같다”며 글을 맺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