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장 간 박수 괜찮아요” 클래식 축제 BBC 프롬스, 12월 한국 상륙

입력 2024-11-24 11:23
올해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2024 BBC 프롬스의 콘서트 중 하나. BBC 프롬스 공식 페이스북

영국 런던의 여름을 상징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BBC 프롬스다. 런던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것을 목표로 1895년 지휘자 헨리 우드와 흥행사 로버트 뉴먼이 처음 만들었다. 축제 이름인 ‘프롬스’(Proms)는 ‘프롬나드 콘서트’(Promenade Concert)를 줄여서 부르는 단어로, 산책하듯 공연장을 찾아 음악을 즐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클래식 초심자에게 진입장벽이 낮은 대중적인 축제를 지향한다.

BBC 프롬스는 1927년 공영방송 BBC가 인수해 운영하면서 지금처럼 현장 공연과 방송이 융합된 형태를 띠게 됐다. 매년 7~9월 사이 8주간 5200여 석의 로열 앨버트홀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한편 TV와 라디오로 송출된다. 매년 영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연주자들과 오케스트라들이 모이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스타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참가한 올해 BBC 프롬스에는 30만명이 참여했으며, 콘서트의 평균 좌석 점유율은 96%에 달했다.

BBC 프롬스는 다양한 지역에서 음악을 통해 교류할 수 있도록 축제의 시공간을 확장해 왔다. 지금까지 BBC 프롬스가 해외에서 개최된 사례는 2002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멜버른에서 개최된 BBC 프롬스 오스트레일리아, 2017년 아랍에미리트에서 개최된 BBC 프롬스 두바이, 2019년과 2022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BBC 프롬스 재팬 등이 있다.

BBC 프롬스의 홈그라운드인 로열 앨버트홀의 외관. 퍼블릭 커먼즈

130년 역사의 BBC 프롬스가 올겨울 한국에서 처음 열린다. 바로 롯데문화재단이 12월 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여는 ‘BBC 프롬스 코리아’다. 2일 지휘자 라이언 위글스워스가 이끄는 BBC 스코틀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BBC SSO)와 첼리스트 한재민, 3일 지휘자 최재혁이 이끄는 앙상블블랭크와 클라리네티스트 제롬 콤테, 4일 자라섬 재즈 나잇, 리즈 라이트, 5일 소비 데르보가 이끄는 KBS교향악단과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그리고 첼리스트 최송하, 6일 웨스트엔드 뮤지컬 갈라 콘서트, 7일 오전 한재민 & BBC SSO 솔로이스츠, 7일 오후 파리나무십자가 합창단, 8일 BBC SSO와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그리고 바리톤 김태한 등 출연진의 면면도 다채롭다.

2015년부터 BBC 프롬스를 이끌어온 데이비드 피카드 감독은 최근 한국 언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2019년 프롬스 재팬 당시 롯데콘서트홀과 프롬스 코리아 개최의 가능성에 대해 처음 대화를 나눴다. 5년이 지나 현실로 이뤄졌다”면서 “여러 나라에서 개최된 국제 프롬스 페스티벌에서는 영국에서 선보이는 프롬스 프로그램의 주요 요소들을 지역적인 초점과 결합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번에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함께 한국의 재능있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한다”고 밝혔다.

BBC 프롬스는 영국에서 처음으로 클래식 콘서트를 경험하는 페스티벌로 유명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클래식을 접할 수 있도록 가족 콘서트를 다수 개최하는가 하면, 독특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젊은 관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초심자들이 실수하는 ‘악장 간 박수’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BBC 프롬스의 예술감독 데이비드 피카드 ⓒChris Christodoulou BBC

피카드 감독은 “모차르트도 자신의 공연에서 악장 간 박수가 발생하자 오히려 매우 기뻐했던 일화가 있다”면서 “프롬스에서 악장 사이에 박수가 나오는 것은 콘서트에 처음 온 사람들이 있다는 신호다. 그들이 (매너 때문에) 다시 클래식 콘서트에 오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BBC 프롬스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통해 평소 클래식에 관심이 없던 관객의 유입 효과를 낸다는 축제 운영방식을 서울에서 유지한다. 이에 따라 클래식뿐만 아니라 재즈와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한국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다양한 가격대의 티켓과 함께 저렴한 가격으로 클래식 공연 문턱을 낮춘 ‘프로밍 티켓’(Promming Ticket)도 이번에 서울에서 재현된다. 프로밍 티켓은 스탠딩석을 기본으로 갤러리 좌석을 8파운드(한화 약 1만 4000원)에 판매한다. 이번에 서울에서도 일반적인 티켓 외에 회차별로 1만5000원의 프롬스석을 판매해 많은 사람이 관람하도록 했다.

피카드 감독은 “프롬스는 여전히 창립자인 헨리 우드의 모토를 따른다. 우드는 1895년 프롬스를 시작할 때 ‘최고의 클래식 음악을 가능한 한 많은 대중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면서 “한국 관객들이 이번에 ‘프롬스’가 추구하는 가치를 맛보길 바란다.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영국에서 8주동안 진행되는 프롬스의 작은 스냅샷을 경험하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