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산 암컷대게와 체장미달대게가 수입되자 대게 주산지인 경북 동해안지역 어민과 지방의회가 반발하고 있다.
24일 경북도와 영덕군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정부의 수입허가 조치로 일본산 암컷대게와 체장미달대게가 약 33t 수입돼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암컷대게는 국내에서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포획·채취가 금지돼 있지만, 일명 ‘스노우크랩’으로 불리는 일본산 암컷대게가 수입됨에 따라 국내에서 암컷대게를 포획한 뒤 섞어 팔거나 국내산 암컷을 일본산으로 둔갑해 유통·판매할 우려가 나온다.
대게 어업인들은 국내에서 암컷대게를 싹쓸이 포획하면 대게 산업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이달 초 영덕군 강구수협 대회의실에서 김해성 경북대게어업인연합회장, 김성식 강구수협장, 경북도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일본산 대게 유통과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다.
회의에 참석한 어업인들은 “국내법상 체장 9㎝ 미만의 대게와 암컷대게는 연중 포획 및 유통이 금지돼 있으나 일본에서는 체장 8㎝ 이하의 대게까지 포획할 수 있어 국내 시장에 대량 유입된다”며 “이는 국내산 불법 대게와 혼합돼 유통될 가능성이 높아 단속이 어려워 수산자원관리법이 유명무실화됐다”며 법적 허점을 비판했다.
도내 대게 어업인들은 조만간 정부를 찾아가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김해성 경북대게어업인연합회장은 “우리나라 어업인들이 법적 제한으로 6월부터 11월까지 대게를 잡지 못하는 동안 일본에서는 대게를 연중 포획하고 있다”며 “이런 대게가 국내에 들어오는 현실은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호소했다.
어업인의 불만이 커지자 영덕군의회는 최근 ‘일본산 암컷 대게 등 수입 금지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배재현 영덕군의회 부의장은 “일본산 암컷대게로 동해안 대게잡이 어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는 국내 수산물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해 암컷 대게 수입을 즉각 중단하고 대게 자원 보호를 위한 법을 제정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항해양경찰서와 울진해양경찰서는 암컷대게를 포획한 뒤 섞어 팔거나 국내산 암컷을 일본산으로 바꿔 유통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단속에 들어갔다.
울진해경 관계자는 “일본산 암컷 대게 수입 실태와 유통·판매 경로를 파악하고 불법 행위가 있는지 집중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역시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해양경찰과 협력해 유통 전 과정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어업지도선을 활용한 해상 단속 확대와 함께 수산물유통법에 따라 일본산 대게와 국내산 대게를 명확히 구분하는 원산지 단속도 병행해 진행한다.
어민들은 정부 차원에서 일본에선 합법이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불법인 체장미달이나 암컷 대게는 수입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경곤 경북도 해양수산국장은 “경북은 대게 산업의 중심지로서 어업인의 생존권과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중앙부처와 협력해 관련법 개정과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영덕=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