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 그곳…美 사상 첫 ‘K팝 시상식’ 열려

입력 2024-11-22 20:11
'2024 마마 어워즈' 공연 무대에 열광하는 K팝 팬들. CJ ENM 제공

미국 할리우드의 심장부인 로스앤젤레스(LA) 돌비시어터(극장)에서 사상 최초로 K팝 시상식이 열렸다.

21일(현지시간) ‘2024 마마 어워즈’(MAMA AWARDS)가 진행된 돌비시어터(극장) 무대에는 할리우드 명배우 더스틴 호프먼(87)이 시상자로 올라 K팝 그룹 투어스에게 남자 신인상을 건넸다. 이곳에서 매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연상케 하는 진풍경이었다.

호프먼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원로배우로 영화 ‘졸업’(1967) ‘레인 맨’(1988) 등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바 있다.

21일(현지시간) '2024 마마 어워즈'에 시상자로 나선 배우 더스틴 호프먼. CJ ENM 제공

호프먼은 시상에 앞서 한국말로 “안녕”이라고 인사한 뒤 영어로 “오늘 이 자리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K팝 시상식이기 때문에 나는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올여름 나는 아내와 함께 LA에서 열린 케이콘(KCON)에 갔고 이 아티스트들의 경이로운 재능을 직접 목격했다. 그들의 퍼포먼스와 에너지는 짜릿했다”며 “K팝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마마 어워즈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대중음악의 아이콘이 된 K팝의 위상을 보여줬다. 1999년 엠넷의 ‘영상음악대상’으로 출발해 2009년 아시아 음악 시상식이란 의미의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net ASIAN MUSIC AWARDS, MAMA)로 이름을 바꾼 이 시상식은 25주년이 되는 올해 처음으로 세계 팝 음악의 중심인 미국에 진출하게 됐다.

21일(현지시간) '2024 마마 어워즈'에 시상자로 나선 정이삭 감독. CJ ENM 제공

이날 또 다른 시상자로 나선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은 한인 이민 2세대로서 느끼는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영화 ‘미나리’(2021)는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것을 비롯해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정 감독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곳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상징적인 장소”라며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서 이 무대는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날 밤은 내가 직접 수상하지 못해서 이 무대에 서지 못했는데 여러분과 이 놀라운 K팝의 힘으로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돼 정말 감사하다”며 “미국 이민 2세대로서 전 세계에서 K팝과 K드라마, K영화의 힘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2024 마마 어워즈'에서 공연하는 라이즈. CJ ENM 제공

이날 3300석의 객석을 가득 메운 K팝 팬들은 좋아하는 스타들의 공연을 직접 보게 된 데 감격해 2시간 내내 뜨거운 함성을 내질렀다. 특히 최근 미국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그룹 라이즈가 공연할 때는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라이즈 공식 응원봉을 흔들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신인상과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남자 그룹’ 상까지 받으며 2관왕을 차지한 투어스가 히트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를 공연할 때는 팬들이 후렴구의 “나나나…” 부분을 ‘떼창’ 하기도 했다.

K팝을 대표하는 가요기획사 중 하나인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자 30년 경력의 가수 박진영이 무대에 올라 ‘날 떠나지마’ ‘그녀는 예뻤다’ 등의 히트곡을 연달아 선보일 때는 후배 아이돌 그룹들을 비롯해 모든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춤추며 환호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LA 할리우드에서 기자회견하는 박진영. CJ ENM 제공

박진영은 행사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연을 하게 된 소감에 대해 “아주 초현실적(surreal)이고 매우 상징적(symbolic)”이라고 유창한 영어로 답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 K팝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미국으로 건너왔다. 나는 K팝을 정말 사랑했기 때문에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때만 해도 아무도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그랬던 이곳에서 20여년이 흐른 지금 이런 무대에 서게 된 것은 내게 정말 큰 의미가 있다”고 감격해했다.

이번 LA 마마 어워즈의 행사 일정은 지난 7월 온라인에 공지됐고 지난달 티켓 예매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