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교회와 대화하지 않는 것도 죄… 기독교 하나 된다면 영향력 상상 이상”

입력 2024-11-22 18:40 수정 2024-11-22 19:06
조성암 NCCK 신임 회장이 22일 서울 마포구 성니콜라스대성당에서 새 회기 사역 계획을 밝히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임 회장에 오른 조성암(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64) 한국정교회 대주교가 한국교회 분열을 지적하며 교회 사이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22일 서울 마포구 성니콜라스대성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후위기 극복 등 새 회기 사역도 소개했다.

그는 “성경에 보면 예수님의 뜻은 우리 모두가 하나 되는 것인데 현재 한국교회는 그렇지 못하다”며 “이는 명백한 죄”라고 우려했다.

“같은 하나님을 믿는 교회가 나뉘어 있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한국교회가 분열된 상태에 만족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바로 옆에 있는 교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대화도 시도하지 않죠. 에큐메니컬(일치와 연합)의 기본은 서로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조 회장은 한국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정교회 대주교로서 이런 배타성을 더 크게 느꼈다고 한다.

“정교회 이야기를 꺼내면 ‘그리스도를 믿나요’ ‘교회에 다니나요’ 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정교회는 2000년 전 교회가 처음 시작된 곳인데 말이죠. 언어 전통 문화가 다른 것은 다양성의 축복이지만 믿음이 갈라진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한국교회가 하나가 되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진정한 가르침을 전할 수 있지 가늠조차 되지 않습니다.”

새 회기 주제인 ‘하나님의 창조세계, 한 몸 되어 기쁨의 춤을 추게 하소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NCCK는 기후위기 극복을 이번 회기 일 순위 사역으로 정했다. 지난 정기총회에서는 그동안 정의평화위원회가 주관했던 기후위기 극복 운동을 더 구체화하기 위해 기후정의위원회를 신설했다.

조 회장은 “창조세계를 존중하지 않는 것은 창조주 하나님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며 “기후 재앙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지구 환경을 내 집처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가 사는 집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해결에 나서듯이 이제 우리의 희생과 헌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나 자신부터 시작해서 가족 이웃 등으로 운동을 확산해 나간다면 가능합니다. 오늘 내가 입을 옷, 먹을 음식부터 바꿔봅시다. NCCK도 회원 교회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해나가겠습니다.”

그리스인인 조 회장은 1983년 그리스 아테네대학 신학대를 졸업하고 93년 미국 홀리크로스정교회 신학대 신학 석사, 96년 미국 프린스턴대 예술사 석사, 98년 아테네대학 신학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한국정교회 대주교를 맡았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