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이달 중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기구가 우리나라를 찾아 검사 탄핵이 미칠 영향 등을 검토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 탄핵이 앞선 검사들의 사례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22일 법무부에 따르면 OECD 뇌물방지협약 이행그룹은 전날 실사단을 우리나라에 파견했다. 이번 실사단은 지난 2022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히 박탈) 입법 등이 이뤄진 것을 계기로 파견됐다.
핀란드, 루마니아, 일본 대표단으로 구성된 실사단은 이틀 동안 법무부, 대검찰청, 경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을 방문해 최근 이뤄진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 상황을 확인했다.
특히 실사단은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논의 중인 검찰 폐지 법안과 검사 탄핵 소추 등이 수사기관의 부패 대응 역량과 독립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 검토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검찰을 기소와 공소유지만 하는 공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는 검찰 폐지법 초안을 공개했다. 아직 민주당 차원의 정식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조국혁신당에 의해 지난 8월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다.
아울러 민주당은 지난해 3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사들을 탄핵 소추했다. 이어 지난 7월에도 강백신 성남지청 차장검사 등 4명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가 불기소 처분된 이후에는 이 지검장,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을 탄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이 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 본회의에 보고할 전망이다. 탄핵 추진 계획이 가시화되자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조 차장검사는 전날 비공개로 진행되던 출입기자단 대상 티타임에서 이례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입장을 냈다.
조 차장검사는 “법에 정해진 절차가 있고 불복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탄핵 대상 검사들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법률이나 헌법 위반 등 탄핵 사유가 있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헌법상 탄핵 소추된 공무원은 즉시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우선 최 부장검사가 이탈하면 민주당 인사들이 연루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수사에 차질이 우려된다. 현재 출석을 요청받은 의원들이 불응하면서 검찰은 기소 여부 등을 고심 중이다.
조 차장검사 산하 부서에는 민생 또는 경제와 밀접한 사건이 적지 않다.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지연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수백억원을 외부로 유출한 사건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지검장의 공백은 중앙지검 내 다른 부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요 사건의 경우 지휘부와 부장검사들이 공소유지에도 관여하므로 수사뿐 아니라 재판 진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조 차장검사는 “공무원의 업무 처리에 대한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탄핵하면 공무원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검찰 구성원들도 이번 탄핵이 불러올 파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사유는 없고 의도만 있는 탄핵”이라며 “중앙지검장까지 탄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검찰뿐 아니라 사법부까지 위협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실사 결과는 다음 달 OECD 뇌물방지협약 이행그룹의 4분기 회의에 보고된다. OECD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의장 명의로 협약 이행을 촉구하는 등의 서한을 보내거나, 고위급 사절이 항의 방문 등을 할 수 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