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내각의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지명 8일 만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과 적격성 논란이 계속되며 인준이 불투명해지자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이츠 전 의원은 21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X)에 “내 (법무장관) 인준이 트럼프·밴스 정권 인수의 중요한 과업에 불공평하게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며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내각 요직 후보자 중 첫 낙마 사례다.
게이츠는 “정치권의 실랑이를 오래 끌면서 불필요하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그래서 나는 법무부 장관 고려 대상에서 내 이름을 철회하겠다. 트럼프의 법무부는 취임 첫날부터 자리 잡고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전 의원은 과거 미성년자 성 매수와 마약 남용 의혹 등이 제기돼 같은 공화당 내에서도 상원 인준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는 의원 시설 성 매수와 마약 의혹 등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았으나 법무부 장관 지명 후 즉각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를 두고 하원 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공개를 막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후 게이츠 전 의원이 2명의 여성에게 성관계 등의 대가로 수십 차례에 걸쳐 1만달러(약 1400만원) 이상을 송금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하원 윤리위 보고서 공개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9일까지만 해도 ‘게이츠의 지명을 재고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게이츠 임명 의지를 드러냈지만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과 증거가 잇따르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게이츠의 사퇴 발표 이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서 “그는 매우 잘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가 매우 존중하는 행정부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면서 “맷의 미래는 밝으며 난 그가 할 훌륭한 일을 모두 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과 대립해온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게이츠 사퇴를 두고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수잰 콜린스 상원의원도 “게이츠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아직 트럼프 당선인이 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게이츠 전 의원의 사퇴 결정으로 성폭행 의혹으로 논란이 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헤그세스 후보자는 2017년 공화당 여성 당원 행사에서 만난 여성을 성폭행하고, 이 사건을 비공개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여성에게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