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권으로부터 매년 받고 있는 ‘특별기여금’ 제도를 둘러싸고 금융권과 정부 사이에 이견이 감지된다. 특별기여금은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금융권에 투입한 97조원의 정부 재정을 일부라도 돌려받기 위해 은행 등 부보금융기관(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료를 납부하고 보험보장을 받는 금융기관)에 예금잔액의 일정 비율을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예보채기금)으로 내도록 한 것이다. 2003년부터 2027년까지 예금잔액의 0.1%를 내도록 했다.
하지만 금융권은 그간 낸 돈의 누적액이 30조원에 육박하자 ‘이제는 그만 내도 되지 않겠냐’며 추가 납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아직 납부 기한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힘들 때 도움 받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못 내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금융권이 반발하는 주된 이유는 그간 기여금이 당초 전망했던 민간 부담액(20조원)을 넘어선 것과 밀접히 관련이 있다. 금융권은 매년 예금잔액의 0.1%를 예금보험공사에 예보채기금으로 상환하는데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2024년 공적자금관리백서’에 따르면 금융권이 지난해까지 낸 누적 특별기여금은 28조원에 달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금융권 예금이 늘면서 기여금 규모도 그에 맞춰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단적으로 은행 예금은 2021년 기준 1869조230억원에서 지난해 말 1993조560억원으로 3년 사이 124조330억원(약 6.6%)이 증가했다.
금융권이 그간 낸 28조원은 정부가 금융권의 부담액으로 설정한 20조원보다 많다. 정부는 2002년 공적자금 상환대책을 수립하며 지출액 97조원 중 28조원만 회수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회수 불가능 판단이 내려진 나머지 69조원 중 49조원은 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20조원은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 금융기관(은행·증권사·보험사·종합금융사·상호저축은행)이 2027년까지 특별기여금 명목으로 부담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금융권은 당초 정부가 설정한 부담액을 넘어선 상황에서 사회공헌을 위해 내는 돈도 적지 않아 재논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적자본 외에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돈들도 많다”며 “재논의를 통해 특별기여금으로 낸 돈을 실적으로 인정해 주거나 특별기여금을 내는 규모, 기간 등을 다시 이야기해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기재부는 이 같은 금융권 반발에 법에 명시된 일정이나 규모를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부담액을 넘어섰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예금자보호법에 기여금 총액은 규정돼있지 않다고 맞선다. 금융권 논리처럼 ‘낼 만큼 냈다’고 판단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금융권 부담액을 추산했을 당시와 지금의 금융권 규모, 한국 경제 규모가 커진 것을 근거로 부담액이 2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부족이 지속되는 점 역시 정부 입장에선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예보채기금은 금융위원회 공적자금상환기금을 거쳐 기획재정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 전출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56조원 정도의 세수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공자기금을 활용했다. 정부는 지난달 올해 30조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최대 16조원 규모의 공자기금, 외국환평형기금, 주택도시기금 등 기금과 특별회계 여유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보채기금으로 들어오는 돈을 줄이기 쉽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24일 “법상으로 2027년까지 내도록 명시돼 있는 데다 한 때 정부 도움을 받아 놓고 이제 와 불만을 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