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정글러’ 고동빈이 친정팀 KT 롤스터로 돌아온다. 이번엔 선수가 아닌 감독이다.
KT는 21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고 감독을 팀의 새로운 지도자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아울러 김무성, 손승익 코치와도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두 사람이 차기 시즌에 고 감독을 보필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5년 만의 귀향(歸鄕)이다. 고 감독은 KT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현역 시절 ‘스코어’라는 소환사명으로 활동했던 그는 2019년 현역에서 물러날 때까지 줄곧 KT 유니폼만 입었다. 원거리 딜러에서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한 이후 전성기를 맞았다. 불리한 게임도 영리하게 풀어내 ‘여우’ ‘위대한 정글러’로 불렸다. 빼어난 실력을 갖췄음에도 유독 우승 운이 따르지 않아 ‘무관의 제왕’으로도 불렸다. 2018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병역을 수행하고 돌아온 그는 곧바로 지도자로 변신했다. 2022년, KT가 아닌 젠지의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이 되니 현역 시절과 정반대로 우승 복이 따랐다. 2년간 세 차례 LCK 우승을 경험했다. 2023년 LoL 월드 챔피언십 8강 탈락 이후 젠지를 떠났다. 올해 1년간 휴식기를 가진 뒤 친정팀으로 돌아온 것이다.
KT 관계자는 “고 감독은 KT를 대표하는 레전드 선수임과 동시에 감독으로서도 자신의 역량을 입증했다.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최고의 적임자가 고 감독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기존과 다른 팀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안정적으로 2년의 임기를 보장, 고 감독만의 색채를 충분히 드러낼 기회를 주고자 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팬들 못잖게 고향팀으로 돌아온 고 감독의 감회도 새롭다. 그는 21일 국민일보를 통해 “저를 다시 이 자리에 세워준 게임단과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선수 시절 이 팀에서 함께했던 많은 순간들이 아직도 제 마음속에 남아 있다”며 “그때의 열정을 되살려 팀과 팬 여러분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진심 어린 출사표를 전했다.
한편 KT는 ‘커즈’ 문우찬과 ‘덕담’ 서대길을 영입하면서 2025시즌 로스터를 완성했다. KT는 ‘퍼펙트’ 이승민과 문우찬, ‘비디디’ 곽보성, 서대길과 올해 LCK CL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서포터 ‘웨이’ 한길로 차기 시즌을 치를 계획이다. 아카데미 유망주의 콜업과 외부 영입을 병행한 셈이다.
관계자는 “미리 팀의 핵심으로 확정해놓은 곽보성을 제외하고는 고 감독과 코치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로스터를 구성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나친 오버페이를 통해 단기적인 윈나우 팀을 만들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의 코어를 구축하고 잠재력 있는 신인 선수들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지속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꾸준히 우상향하는 매력적인 팀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