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을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다만 4분기 매출 증가 폭이 기대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인공지능(AI) 열풍이 식지는 않겠지만, 언제까지 고공 성장을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3분기(8~10월) 350억8000만 달러(약 49조1200억원)의 매출과 0.81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21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4% 급증했고, 순수익 역시 106% 상승했다. 이는 아마존과 메타의 분기별 순이익을 넘긴 규모다.
다만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 증가 폭이 3분기 대비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 전망으로 375억 달러를 제시했는데, 이는 3분기 대비 6.9% 증가한 수준이다. 두 자릿수대로 성장하던 분기 매출이 한 자릿수로 줄어드는 셈이다. 엔비디아의 1,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세 자릿수 증가했었는데, 3분기 매출은 94% 증가하며 증가 폭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엔비디아는 생산 차질 우려를 빚었던 신제품 ‘블랙웰’의 생산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블랙웰에 대한 수요는 여러 분기 동안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전 제품인 호퍼에 대한 수요도 여전하다”며 “이번 분기(11월~1월)에는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블랙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고성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의구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가 시장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매출 예측을 내놓은 것은 AI에 따른 엔비디아의 놀라운 성장세에도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역시 “엔비디아의 AI 칩 수요는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매출 증가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도 엔비디아가 끝없는 성장세를 보이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한계론이 잇따라 나왔다. 키움증권 김승혁 연구원은 “AI 슈퍼컴퓨터, AI 소프트웨어, 데이터센터 등 GPU 수요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다만 성장 속도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를 조정할 필요성은 존재한다. 주가의 단기적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