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우리·하나·신한은행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을 재심사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최근 2차례의 전원회의가 진행된 만큼 제재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공정위는 제재 전 면밀한 사실 확인 과정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안병훈 공정위 심사관리관은 이날 “4개 시중은행 부당공동행위 심의 결과 심사관 및 피심인 주장과 관련한 사실관계 추가 확인 등을 위하여 재심사 명령을 결정했다”며 “심사관은 본건에 대한 추가사실 확인하고 가능한 한 신속하게 위원회에 안건 재상정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재심사를 결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실의 오인이 있거나 법령의 해석 또는 적용에 착오가 있는 경우, 심사 종결 후 새로운 사실 또는 증거가 발견된 경우 재심사가 가능하다. 안 관리관은 “기타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조사하는 공정위 심사관은 4개 은행이 7500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한 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고 봤다. LTV를 공유하며 담보대출 거래 조건을 담합해 은행은 부당 이득을 얻고, 금융 소비자는 과도한 비용을 부담했다는 판단이다.
은행업계는 담합이 아닌 정보교환이라고 반박해왔다. 정보 공유 후 각 은행 간 LTV가 일정 부분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경쟁 제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판사 역할을 하는 공정위 위원들은 지난 13일과 20일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사건을 심의했다. 통상 전원회의 후 합의를 통해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이르면 다음 주 제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위원회에서 사실관계 추가 확인을 요청하면서 연내 최종 제재 결과는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재심사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최초 조사와 마찬가지로 조사를 마친 후 심사보고서를 작성하고 다시 전원회의에 상정돼 논의돼야 한다. 안 관리관은 “새로운 사건의 절차에 준해서 한다고 보면 된다”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전원회의에 재상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LTV 담합 의혹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 안정’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통신 분야 과점을 해소하고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이에 공정위는 2주 후 6개 주요 은행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은행업계에 칼을 빼 들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