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쓰나미 등 자연재해 전조로 여겨져 ‘지구 종말의 날 물고기’(Doomsday fish)라는 별명까지 붙은 대형 심해어가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최근 3개월 동안 세 차례 목격됐다.
CNN과 USA투데이 등은 2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UCSD)의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를 인용해 지난 6일 샌디에이고 북부 해변 그랜드뷰 비치에서 길이 9~10피트(2.7~3.0m)의 대형 산갈치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샌디에이고에서는 지난 8월에도 라호야 코브 해변에서 몸길이 3.6m에 달하는 대형 산갈치가 발견됐다. 이어 9월에도 샌디에이고 북쪽 오렌지 카운티 헌팅턴비치에서 같은 종류의 물고기가 죽은 채로 떠내려와 사우스웨스트의 수산과학센터로 보내졌다.
이 물고기는 곤경에 처했을 때만 자연 서식지를 떠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채로 발견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형 산갈치는 수심 900여m 아래 심해에서 서식해 일반인은 쉽게 볼 수 없다. 최대 30피트(약 9.1m)까지 자랄 수 있다. 머리에 왕관을 닮은 붉은색 지느러미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비영리 환경단체 ‘오션 컨버전시’에 따르면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1년 전 일본 해안에서는 이 대형 산갈치가 최소 12차례 발견된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지진이 발생하기 직전 지각 변동으로 심해어가 해변에 떠밀려오게 된다는 가설이 제기됐지만 2019년 산갈치 해변 출현과 일본 지진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일본에는 이 심해어가 얕은 바다에 출현하면 지진과 쓰나미의 전조라는 신화도 있다고 CNN은 전했다.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 측은 최근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산갈치가 자주 발견된 이유에 대해 “해양 환경 변화나 산갈치 개체 수 증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최근의 적조가 지난주에 있었던 샌타애나 바람(미 서부 국지성 돌풍)과 맞물렸는데, 그 외에도 많은 변수가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