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이 수개월째 이어지며 접경지역 주민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21일 경기 김포시에 따르면 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난 8~14일 접경지 주민 102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검사를 진행한 결과 2명이 ‘고위험군’, 27명은 ‘관심군’으로 진단됐다.
나머지 73명은 정상군으로 분류됐다.
센터는 전문요원을 투입해 김포 월곶면 성동리와 하성면 시암·후평리 일대에서 검사를 진행했다.
대부분 70~80대 고령자인 주민은 이번 검사에서 수면 장애, 스트레스, 불안 증세 등을 보였다.
김포 접경지역에서는 지난 9월부터 북한이 대남 확성기 소음을 본격적으로 송출하며 주민이 정신·육체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 주민은 “쇠를 깎는 듯한 기괴한 확성기 소음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북쪽에서 송출되고 있어 밤에 잠을 잘 수 없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김포시 보건소 관계자는 “주민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치료를 진행하고 희망자에게는 정신과 전문의 진료도 지원할 계획”이라며 “주민이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게 최대한 돕겠다”고 말했다.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의 정신건강복지센터도 지난 2일 대남방송 피해가 집중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일대 주민 78명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주민 10%가량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당산리 주민은 “동물소리·귀신소리·사이렌소리 등 여러 소음이 밤이나 새벽에도 들려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음은 새벽 1~5시에 가장 심해져 당산리 147가구가 모두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는 게 지역 관계자 설명이다. 소음이 갈수록 심해져 수면제를 먹는 주민도 많다고 한다.
이곳을 포함해 강화군에서는 지난 7월 말 이후 확대된 북한의 소음방송으로 송해·양사·교동면·강화읍 등 4개 읍·면 주민 2만2600여명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산됐다.
인천시는 우선 예비비 3억5000만원을 들여 북한의 소음방송이 가장 가깝게 들리는 당산리 35가구 주택에 방음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강화군은 당산리 35가구를 대상으로 우선 방음시설을 설치해 효과와 개선점이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지역별로 소음을 측정해 피해 정도를 파악하고 행정안전부·인천시와 협의해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박상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