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내지 않은 채 도박 당첨금을 몰래 수령하거나 초고가 수입차를 몰고 다닌 고액 체납자들이 과세당국에 무더기로 덜미가 잡혔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재산을 은닉한 경우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지능적 수법으로 세금 납부를 피해 온 고액 체납자 696명을 집중 추적한다고 21일 밝혔다.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 216명, 허위 가등기 등으로 가족 등에게 재산을 편법 이전한 81명, 호화생활 체납자 399명 등이다. 국세청은 재산추적 조사로 올해 10월까지 모두 2조5000억원을 현금 징수·채권 확보했다.
도박으로 수억원을 챙기고도 세금은 내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부동산분양대행업체 대표 A씨는 부가가치세 등 수억원을 체납한 상태에서 최근 강원랜드 슬롯머신으로 수억원의 당첨금을 받았다. A씨는 당첨금을 수표로 받은 뒤 숨겼다. 일부는 시중은행에서 달러로 환전해 은닉하기도 했다.
세금 납부를 회피하면서 자녀에겐 수억원을 증여하기도 했다. 비뇨기과 의사 B씨는 허위로 경비를 계상하면서 종합소득세 등 수십억 원을 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녀에게는 현금 수억 원을 증여하고 특별한 소득이 없는 배우자 명의로 오피스텔도 사들였다. 또 배우자 명의로 외국 보험사의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여러 차례 외화로 송금해 재산을 숨겼다.
화장품 제조업체 대표 C씨는 부가가치세를 과소 신고해 수십억원의 세금이 밀렸다. 그런데도 C씨는 수억 원의 리스 보증금과 고액의 월 리스료를 내면서 롤스로이스를 탔다. 서울 인기 지역의 고가 아파트에도 살면서 체납된 국세는 전혀 납부하지 않았다.
과세당국은 압류한 C씨 소유의 고가 아파트는 즉시 공매 의뢰하고 개인 명의로 예치한 리스 보증금을 압류 조치했다. 리스 보증금과 월 리스료의 자금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금융조회와 재산 추적조사도 한다.
코인을 이용해 재산을 은닉한 사례도 있다. 아파트 분양권을 양도하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 수억원을 체납한 D씨는 분양권 양도 대금으로 20여종의 가상자산을 샀다. 일부는 모친과 사촌 등의 개인지갑으로 이전했다.
국세청은 D씨가 보유 중인 코인을 강제 징수하고 가족에게 이전한 가상자산은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외에도 국세청은 가격이 급등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에 대해 올해 하반기 287억원을 압류했다.
국세청은 최근 유튜버, 저작권자, 강사 등 고소득 프리랜서 체납자 강제 징수도 강화하고 있다. 유튜버의 슈퍼챗 등 계속적 수입을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신속히 압류·추심할 방침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