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이 김광수 교육감 핵심 공약으로 추진 중인 ‘중학교 신입생 노트북 지급 사업’이 예산 낭비 논란에 휩싸였다. 매년 1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데, 정작 사용 빈도는 낮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서다.
21일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 ‘중학교 신입생 노트북 지급사업’ 118억원을 책정했다. 대당 180만원씩 6588명에 지급하려는 계획이다.
도입 첫해인 2023년에는 낙찰가 기준 108억원을 투입해 6800명에게 노트북을 지급했다. 올해는 109억원을 들여 6988명에게 노트북을 배부했다. 이 사업에는 앞으로도 매년 100억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도교육청은 자유학기제 운영과 학생 참여형 수업 확대로 스마트기기 활용 수업이 증가함에 따라 모든 학생들에게 차별없는 디지털 학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 사업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교육청이 해당 사업과 관련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의 사용 빈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교육청이 지난 7월 중학교 1~2학년 학생 2815명, 교사 277명, 학부모 20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학생 응답자 16.8%가 ‘학교에서 노트북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 학기에 1~2일 쓴다’고 응답한 비율도 10.4%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조사에선 27.6%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27.1%가 ‘한 학기에 1~2일 쓴다’고 답했다.
올해 들어 사용 빈도는 늘었지만, 여전히 3명 중 1명꼴로 활용을 거의 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도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지난 18일 열린 도의회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양병우 의원은 도교육청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교육감 공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예산을 집행해 지원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양 의원은 “한 번도 쓰지 않았다는 응답 비율(16.8%)을 고려하면 버려지는 예산이 20억원”이라고 지적하면서 “긴축 재정 상황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도교육청이 편성한 내년 예산 규모는 1조6000억원이다. 올해보다 0.06%(9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로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끊기고,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가 일몰되는 등 국비 수입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다.
반면 학교 신설, 누리과정 지원, 늘봄학교 운영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5학년도부터 도입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구독료도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길 전망이다. 도교육청은 내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 1, 고1학년의 영어, 수학, 정보 교과서에 적용될 내년분 구독료로 45억원을 편성한 상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등 제주지역 7개 교원·교육 시민단체는 지난 18일 공동성명을 내고 제주도교육청을 상대로 “지방 교육재정을 파탄 내는 AI교과서 도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도교육청이 4년간 AI 디지털교과서 구독료로 최소 1006억 9800만 원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되고, 구독료 외에 교내 초고속인터넷망 이용료 역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계된다”며 “늘봄학교와 유보통합으로 예산과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태에서 AI 교과서는 현 지방 교육재정 규모로 감당할 수 있는 사업의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AI교과서 구독료는 추계치일 뿐 확실한 규모가 산정된 것은 없으며, 내년부터 AI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디지털 교육이 활성화되면 스마트기기 활용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