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트럼프랑 ‘우크라 휴전 협정’ 의향 있다” 로이터

입력 2024-11-20 23:0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우크라이나 휴전 협정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크렘린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 5명을 인용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푸틴은 현재 점령한 우크라이나 주요 영토를 다시 내줄 가능성도 배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관계자 3명은 러시아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지역을 구체적으로 분할하는 문제에서 협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러시아는 이들 4개 지역 전체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핵우산으로 보호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약 70~80%만 통제 중이다. 나머지 약 2만6000㎢는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하고 있다.

하르키우와 미콜라이우 지역의 경우 러시아가 비교적 작은 영토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소식통 2명이 전했다.

소식통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용을 허용한 결정이 협상을 복잡하게 하고 지연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강경파가 더 많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요구하게 만들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는 전날 이 미사일을 사용해 처음으로 러시아 영토를 타격했다.

휴전이 성사되지 않으면 러시아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트럼프의 대변인 스티븐 청은 “트럼프는 양측을 하나로 묶어 평화 협상을 이끌고 전쟁과 살육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나 나토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키이우에 대한 안전 보장은 논의할 수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크렘린이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조건으로는 우크라이나 군대 축소와 러시아어 사용 제한 금지 등을 거론했다.

1973년 소련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러시아 전문가 드미트리 사이메스는 로이터에 “전쟁을 끝내기 위한 휴전 협정은 비교적 신속히 체결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안보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더 넓은 합의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메스는 “양측 입장이 너무 동떨어져 있어 대규모 협상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8%인 11만㎢ 정도를 통제하고 있다.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의 80%, 자포리자와 헤르손 지역의 70% 이상을 포함한다. 하르키우 지역 약 3%와 미콜라이우 지역 일부도 점령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약 650㎢를 손에 넣은 상태다.

푸틴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의 대부분 영토를 유지하는 휴전 협정을 자국 내에서 ‘승리’로 포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소식통은 말했다. 러시아어 사용자를 보호하고 크림반도로의 육로를 확보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은 소수 참모와 함께 독단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을 내렸다고 크렘린 내부 소식통들은 전했다. 그가 휴전 문제에서도 최종 결정권을 가질 것이라는 의미다.

휴전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 소식통 2명은 2022년 4월 이스탄불 협상에서 거의 승인된 초안을 언급했다. 이 초안은 우크라이나가 영구 중립을 유지하는 대가로 영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미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로부터 국제적 안전 보장을 받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러시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안전 보장을 받지 않는 한 어떠한 합의도 이뤄질 수 없다”며 “서방이 언젠가 러시아와의 직접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합의를 어떻게 피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