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건설경기가 지난해 바닥을 찍은 뒤 회복 조짐을 보이자 굴착기 판매량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할 경우 중국 판매량 감소와 현지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건설기계 업체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인프라코어·HD현대건설기계의 10월 중국 내 굴착기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한 311대를 판매했으며, HD현대건설기계는 131% 증가한 201대를 팔았다.
굴착기 수요 확대는 건설경기 부진이 이어지자 중국 정부가 인프라 착공을 서두르는 등 투자에 나선 결과다. 올해 중국 굴착기 누적 내수 판매량은 10월 기준 지난해 대비 9.8% 증가했다. 신규 굴착기 도입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인 굴착기 가동시간 역시 반등했다. 지난 8월 이후 중국 내 굴착기의 월 평균 가동시간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3~7%가량 높다.
건설기계 수요 회복은 지난 2020년 기준 중국 시장에서 매출의 30%가량을 얻었던 업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양사는 그동안 인도·브라질 등 신흥 시장 공략을 통해 중국 시장 축소의 타격을 최소화하려 노력해왔다. 그러나 중국 판매를 염두에 두고 구축한 현지 생산시설의 가동률 감소와 고정비 부담 증가 문제를 피할 수는 없었다.
중국 옌타이와 톈진에 생산 거점을 가지고 있는 HD현대인프라코어의 올 3분기 해외 굴착기 사업장 가동률은 37%로, 국내 사업장 가동률 53%에 비해 저조했다. HD현대건설기계의 중국 생산 법인인 현대강소공정기계유한공사 역시 3분기 가동률이 37%로 전체 사업장 평균 가동률 54%보다 낮았다. 중국의 건설기계 수요 회복이 중요한 이유다.
업체들은 중국 정부가 쏟아내는 경기 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9월 중국 중앙은행이 1조 위안(약 188조원) 규모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유동성 공급·정책금리 인하)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부동산 업체 지원에 1조7700억 위안(약 340조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양사의 모회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 관계자는 “북미, 유럽 시장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국과 신흥국 시장 판매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판매 단가가 높아 수익성이 높은 초대형 장비를 내몽고·신장 지역 광산 업체에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