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친자’ 채원빈 “‘대세’ 수식어는 아직 안 맞아…한석규 선배 같은 어른되고파”

입력 2024-11-20 17:17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스틸컷. MBC 제공

하빈(채원빈)의 주변에서 자꾸만 벌어지는 사망 사건, 범인은 누구인지, 하빈이 아빠 태수(한석규)에게 하는 말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인 건지를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한 회차가 끝나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친자)가 만들어내는 숨 쉴 틈 없는 긴장감과 몰입감은 채원빈과 한석규가 빚어낸 치열한 심리 대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웰메이드 스릴러’란 평을 들은 ‘이친자’는 드라마의 완성도뿐 아니라 신예 채원빈의 발견으로도 시청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채원빈은 연기 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 한석규와 맞붙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눈빛과 태도, 기세로 많은 화제가 됐다. 특히 살인범으로 몰릴 상황들 속에 내던져지면서도 어떤 생각으로 이런 언행을 하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하빈의 캐릭터를 몰입감 높게 연기해내 호평을 얻었다. ‘이친자’는 채원빈의 지상파 첫 주연작이다.

배우 채원빈. 아우터유니버스 제공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의 소속사에서 만난 채원빈은 “(하빈이가) 제 삶의 일부가 된 것 같았는데 종영해서 많이 아쉽다”는 소감을 밝혔다. 채원빈이 연기한 장하빈은 잘 웃지도 않고, 타인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등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인물이다.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장태수의 딸이기도 하다. 감정표현이 거의 없어 무표정인 경우가 많은 하빈 탓에 채원빈은 하빈으로 사는 1년여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다.

채원빈은 “저는 감정이 느껴지면 느껴지는 대로 잘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하빈이로 살면서는 그러지 못해 좀 힘들었다”며 “친구들에게도 자꾸 속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밥 먹고 체한 느낌이랄까.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채로 표출하지 못하고 귀가하니 그 응어리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걸 해소하려고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스틸컷. MBC 제공

언뜻 보기에 하빈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처럼 보인다. 어린 시절, 자신의 앞에서 남동생이 죽었음에도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고, 이 때문에 태수는 하빈이 동생을 죽인 게 아닐까 내내 의심한다. 채원빈은 하빈이란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느냐는 질문에 “저는 하빈이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맞다, 아니다 정의 내리고 싶지 않았다. 분명 남들과는 다르지만, 그걸 표현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진 않았다”며 “하빈이는 선천적으로 그런 기질을 갖고 태어났지만, 너무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의심을 받고 자라서 바로잡아지길 기회가 없었던 인물”이라고 답했다.

과거의 사건으로 딸에게 피어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던 태수는 하빈 주변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가며 하빈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이친자’는 가장 가까운, 누구보다 친밀한 사이였어야 할 가족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했을 때, 그 연쇄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채원빈은 “가족은 너무 당연하게 가까이 있는 존재라 ‘가족이 보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을 안 해보지 않나. 저도 가족들과 깊이 있는 얘기는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이친자’는 가까이 있어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짚었다.

배우 채원빈. 아우터유니버스 제공

이번 작품을 통해 큰 주목을 받게 된 만큼 작품이 그에게 갖는 의미도 남달랐다. ‘이친자’를 자신의 인생작이라고 말한 채원빈은 “특히 한석규 선배와 함께한 순간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선물 같은 기억들”이라며 “작품을 하면서 한석규 선배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매 순간 했다. 늘 따뜻함을 잃지 않는 모습, 극한의 상황에서도 항상 넓은 시야를 갖고 계신 점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나도 선배 같은 어른이 되면 좋겠다’고 많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친자’ 이후 ‘대세’란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고 말을 건네자 채원빈은 “제게 맞는 수식어는 아닌 것 같다”며 “저는 예전부터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해왔다. 궁금하다는 건 이 사람이 알고 싶어진다는 것 아닌가. 매력이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웃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