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반젤리즘’. 유튜브(YouTube)와 복음주의를 뜻하는 에반젤리즘(Evangelism)을 합친 조어로 유튜브를 통한 신앙생활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에 두드러진 특징인데 유반젤리즘은 ‘2025 한국교회 트렌드’ 10가지 가운데 첫 번째 트렌드로 꼽히기도 했다.
유반젤리즘 시대의 첨병들
유튜브가 신앙생활의 한복판으로 들어오면서 교계에서 또 다른 형태의 사역이 등장했다. 바로 유튜브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유반젤리즘 전도자’들이다. 유반젤리즘 전도자들은 작지만 아름다운 사역을 하는 교회를 캐내 영상으로 소개하며 복음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유승현(39) 목사는 유튜브에서 교회와 선교지를 탐방하는 콘텐츠 ‘유목민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온누리교회에서 10년간 사역하다가 목사 안수를 받은 뒤 세계일주를 떠났다. 1년 동안 국내외 21개 교회와 7개국 선교지를 탐방한 이야기를 유튜브를 통해 전하고 있다. “크고 작든 다양한 교회에서 각각의 부르심과 사역의 의미를 찾았습니다. 교회의 본질과 역할을 고민하게 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시대와 문화에 맞춰 한국교회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 시작했죠.” 그의 유튜브 채널은 한국교회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모델을 소개하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소망교회 온라인지구부를 담당하는 허유빈(38) 목사는 동네의 작지만 알찬 교회를 찾아가는 ‘골목교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허 목사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 65개 교회와 80여개의 교회 관련 단체를 방문하며 이들의 사역을 소개해왔는데 주로 작은교회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작은교회 목회자 자녀로 자란 허 목사는 “가장 존경하는 목회자인 아버지와 같이 실제 목회자의 삶과 교회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작은교회 목회자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칼빈대에 다니는 나선길(20) 전도사는 유튜브 ‘스튜데오’ 채널에서 체험형 교회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이후 ‘가나안’(교회에 안 나가는) 성도가 늘어나는 현실을 목격하고 그들을 다시 교회로 초대하자는 마음으로 지난해 초부터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매주 다른 교회의 예배를 탐방하는 ‘교회록’, 교회의 각 부서 사역을 체험하는 ‘사역서’, 전도 방법을 공유하는 ‘전도왕’ 시리즈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끌리는 교회’, 특징이 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 ‘교회탐방 유튜버 3인방’에겐 특별한 공통분모가 있었다. 모두 작은교회 목회자 자녀이면서 건강한 목회를 추구하며 교회를 사랑한다는 점이었다.
적지 않은 교회를 탐방한 이들은 ①목회자부터 행복하고 ②유연성 품은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며 ③나를 변화시키는 신앙 공동체를 좋은 교회의 특징으로 꼽았다.
허 목사는 “목회자가 성도들과 진실한 관계를 맺으며 즐겁게 사역할 때 교회도 건강하게 성장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골목교회를 통해 성도가 한명도 없던 개척교회의 성도가 증가했던 사례도 얘기하며 “목회자가 행복하고 진솔하게 사역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교회에 실망했던 사람들이 다시 마음을 여는 경우를 봤다”고 전했다.
유 목사는 “변화하는 시대와 상황에 맞게 교회의 열린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특성은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교회가 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나 전도사는 “성도 개개인이 영적 성장과 변화를 경험하도록 돕는 교회가 진정한 교회”라고 소개했다.
유튜브 사역, 복음의 씨앗
이들은 준비 되지 않은 유튜브 사역이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 전도사는“교회를 소개하는 영상은 단순히 대리만족이 아니라 결핍을 남겨야 한다”며 “사람들이 교회로 발걸음을 옮기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고 유튜브 사역도 복음전파와 성도 양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은 단순히 대리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를 직접 경험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허 목사는 “교회다움에 대한 고민 없이 조회수에만 집착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우선 교회의 본질에 충실하며 유튜브를 복음 전파와 가나안 성도 회복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 목사는 “유튜브가 영원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교회가 다음세대와 자원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한 교회는 청소년들이 영상 제작과 예배 섬김에 참여하며 교회 소속감을 느끼고 스스로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3인방은 조만간 ‘연합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유 목사는 “교회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교회가 여전히 세상의 희망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나 전도사도 “유튜브는 교회와 비신자를 잇는 새로운 통로”라며 “영상 한 편이 복음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믿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