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점거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동덕여대 소속 교수들이 학교 시설 점거·훼손을 멈춰달라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동덕여대 홈페이지에는 20일 ‘학내 정상화를 위한 동덕여대 교수 호소문’이 게재됐다. 호소문에는 교수 236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우리 교수들은 강의실과 실험실습실에서 학생 여러분과 함께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본연의 역할을 하고 싶다”며 “지금 일부 학생들의 불법행위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정당화될 수 없으며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생들 간 수업 거부 강요, 학교 시설 점거·훼손 행위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교수들은 “학내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원장과 각 단과대 학장 등 학장단도 이날 호소문을 내고 “지금의 집단 수업 거부와 강의실 무단 점거 및 폐쇄는 우리 대학의 정상적인 교육 활동과 적법한 학사 행정을 방해하는 무거운 사안”이라며 “수업과 학사 행정이 조속히 정상화돼 강의실에서 다시 만나길 바라며 앞으로 우리 대학의 발전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홍순주 동덕여대 총동문회장은 ‘총동문회 입장문’을 통해 “지금의 동덕은 누구의 소유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역사와 노력의 결실로 만들어진 보석과 같은 결과물이다. 어떠한 이유로도 이를 함부로 훼손하고 망가뜨리는 경우는 용납될 수 없다”며 “여대의 목표는 자연소멸이라는 개악적인 주장은 너무나도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동덕의 미래에 대한 지금의 문제를 서로 대화와 상대방 의사에 대한 경청으로 풀어나가기를 바라며 하루속히 정상화되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동덕여대는 지난 8일 학교 측이 남녀공학 전환 방안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크게 반발했다. 동덕여대 측은 남녀공학 전환이 학교 미래를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학생들은 근조화환·과잠 시위를 이어갔다.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동덕여대의 창학 정신은 ‘여성 교육을 통한 교육입국’”이라며 “대학 본부는 설립 이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총장 직선제 도입, 남자 외국인 유학생 수용 관련 협의 등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학생들이 학교 건물을 점거하면서 수업은 온라인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건물 외벽과 바닥 등 캠퍼스 곳곳은 붉은 래커로 훼손됐다. 학교 측은 학내 최대 54여억원의 피해 금액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