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3명 질식사 합동감식

입력 2024-11-20 11:34

차량 성능 테스트 중 연구원 3명이 숨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고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이 20일 진행됐다.

울산경찰청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안전관리공단 등과 함께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현장감식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차량 성능시험 관련 사항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전날 오후 3시쯤 사고 현장에선 연구원 3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이들은 실험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의 운전석과 조수석, 뒷좌석에서 각각 발견됐다. 이들은 차량 주행 테스트와 아이들링(공회전) 테스트 등을 진행했다.

사망자 중 김모(45)씨와 박모(38)씨는 현대차 남양연구소 소속 책임연구원이다. 나머지 사망자 주모(25)씨는 외부업체 소속 연구원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밀폐된 체임버에서 차량 주행 테스트를 하던 중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체임버는 온도·습도 등을 제어하면서 차량 성능과 내구성 등을 확인하는 곳이다. 극저온의 혹한 상황 재현을 위해 액체질소를 넣는 경우 산소가 급격히 줄어 환기가 중요하다.

업계에서 이번 사고를 두고 체임버 내에 설치된 환풍 장치 작동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체임버 내부에 환풍 장치를 갖춰두고 있지만 고장이 났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고용노동부는 현장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사고 내용을 확인한 후 작업을 중지시켰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현대차는 입장문을 통해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고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도 ‘중대재해 사망사고 긴급성명서’를 내고 “올해 중대 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두 번이나 발생했다”며 “특히 이번 사고는 노동 환경 안전 조치와 절차에 대한 심각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