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상무부 장관으로 투자회사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러트닉을 지명했다. 캔터 피츠제럴드는 2001년 9월 11일 뉴욕에서 벌어진 세계무역센터(WTC) 테러로 큰 피해를 본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북쪽 건물 101~105층에 본사를 두고 있었는데 테러 단체가 납치한 여객기가 아래층을 들이받는 바람에 당시 사무실에 있던 직원 658명이 모두 사망했다. 희생자 명단에는 러트닉의 동생도 포함됐다.
9·11 테러로 뉴욕에서 2753명이 숨졌는데 4분의 1가량이 캔터 피츠제럴드 직원이다. 러트닉은 아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느라 밖에 있었던 덕분에 참사를 피했다. 그가 직원을 잃은 슬픔에 흐느끼는 모습이 방송을 타 주목받기도 했지만 사망자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던 시점인 테러 발생 4일 차에 실종 직원에 대한 급여 지급을 중단해 매정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신 그는 구호 재단을 설립한 뒤 사재를 털어 희생자 유족에게 1억8000만 달러(약 2508억원)를 지원했다.
캔터 피츠제럴드는 전자거래 시스템 덕분에 업무를 금방 재개할 수 있었다. 러트닉이 회사 재건에 집중한 덕분에 9·11 테러 발생 당시 2000명 수준이었던 직원은 현재 1만3000명까지 증가했다. 러트닉은 이 회사 외에도 금융 중개·기술 기업인 BGC그룹과 부동산 중개 업체 뉴마크 그룹의 회장도 맡고 있다.
러트닉은 미국 재계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함께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2020년 대선 때 트럼프를 위해 모금했고 1년 전에는 트럼프로부터 재선을 도와 달라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러트닉이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위해 기부하거나 모금한 금액이 7500만 달러(약 1045억원)를 넘는다는 집계도 있다.
1961년 뉴욕주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러트닉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중 어머니를, 하버포드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아버지를 잃었다.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1983년 졸업해 캔터 피츠제럴드에 입사했고 초고속 승진해 1991년 CEO가 됐다. 현재는 이 회사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순자산은 15억 달러(약 2조902억원) 이상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