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 동안 믿고 쓸 수 있습니다”…K-방산의 ‘숨은 조력자’ MRO

입력 2024-11-20 10:01

국내 방산 업체들이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K-방산 열풍과 더불어 무기체계 ​사후관리​를 통해서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성능 무기와 첨단 방산 기술로 고객 국가들의 신뢰를 확보했다면, MRO 사업을 통한 애프터 서비스(A/S)를 통해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MRO는 유지(Maintenance), 보수(Repair), 정비(Overhaul)의 약자다. 군사 장비나 항공기, 기계 설비 등 다양한 무기나 장비의 성능을 유지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 필요한 모든 서비스와 지원 활동을 의미한다. MRO는 방산 업계에서는 ‘생명 연장 장치’로 불리기도 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 업계는 고객 국가들이 군사 장비 사용 이후에도 안정적인 유지∙보수를 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신뢰를 쌓고 있다. 국내산 방산 제품을 수입하는 국가들은 제품 구매 시 장비를 얼마나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또한 중요하게 평가한다. MRO 서비스를 통해 장기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점이 한국 방산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핵심 요소인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폴란드에 수출한 FA-50 경전투기가 대표적이다. MRO를 바라는 고객국의 요청에 맞춰 KAI와 방위사업청 등은 폴란드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FA-50 MRO 센터를 현지에 설립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육군 주력 지상무기인 K2 전차를 수출하는 현대로템 또한 폴란드 국영 방산 업체인 PGZ의 자회사와 MRO 기술이전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업계도 MRO 사업을 연이어 따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앞으로 5년간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의 지원함과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전투함에 대한 MRO 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Wally Schirra)’함의 MRO 사업을 따낸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미국 해군 7함대에 소속 급유함 ‘유콘(USNS YUKON)’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수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직접 MRO 산업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관련 수주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K-방산은 단순히 가성비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장비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